자동차 업계가 전시와 운전 등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체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도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경계 사라지는 전시장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아 새단장한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가 지난달 28일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BMW그룹 내에서 전 세계 유일하게 트랙과 고객 체험 시설이 한곳에 자리 잡은 자동차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가운데 고객 체험 시설이 차량과 역사, 문화를 담은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센터’로 재탄생됐다.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들어가 보니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 자유롭게 차량을 전시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들 차량을 보며 넓은 길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모든 BMW와 미니(MINI), BMW 모토라드 차량을 둘러본 뒤 원래 자리로 돌아오도록 만들었다. BMW 그룹의 차세대 전시 공간 콘셉트인 ‘리테일 넥스트’를 적용하고 벽을 허물어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편안한 소파와 상담 공간,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전시물을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차량을 편안하게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구매 상담까지 연결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이 밖에 이벤트와 강연 등을 제공하는 오디토리움 형태의 공간 ‘비전 포럼’, 클래식 모델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헤리티지 존’,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접목해 건축물과 트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디오라마(실사모형) 등도 마련됐다.
BMW 드라이빙 센터가 체험 요소를 꾸준히 보강하면서 2014년 개관 이후 올해 10월까지 방문객은 160만명에 달한다. 드라이빙 프로그램 참여자는 25만명으로, 대부분의 방문객이 체험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셈이다.
GM 한국사업장은 쉐보레, 캐딜락, GMC 등 자사 통합 브랜드 전시장인 서울 강남구의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을 다양한 체험과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1층은 고객이 자유롭게 차량을 관람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고객 라운지 공간으로 구성했고 2층은 차량 관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가 열리는 이벤트 장소로 활용된다.
GM 한국사업장은 이곳에서 시즌별 테마 시승 프로그램과 RC(무선 조종)카 만들기, GM 엔지니어들과 함께하는 커리어 토크와 같은 커뮤니티 미팅을 개최하며 고객 소통 창구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KG모빌리티(KGM)는 지난 6월 경기 일산에 드라이빙 체험과 전시 공간인 브랜드 공간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 1호점을 열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아웃도어 활동용 차량에 특화된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2층을 캠핑 콘셉트로 꾸며 차별화했다.
이어 최근 서울 강남구에 여러 차종을 시승할 수 있는 ‘KGM 서울 팝업 시승센터’를 시작해 이달 말까지 운영한다. 렉스턴 스포츠 칸을 캠핑카로 개조한 프라이빗 상담 룸에서 차량 상담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운영이 종료되면 내년 2월 중 익스피리언스 센터 2호점으로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오프로더 몰고 직접 오프로드 체험
자갈길 등 거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능력을 갖춘 오프로더의 성능과 재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경기 용인의 레이스트랙 ‘AMG 스피드웨이’에 오프로드 코스를 갖춘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추가로 만들었다. 국내 최대 상설 오프로드 전용 코스로 조성됐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려 나무 사이와 경사면을 달리는 등 숲속에 들어가 탐험하는 듯한 분위기를 낸다.
GLC, GLE, GLS, EQE SUV, EQS SUV 등을 체험할 수 있는 SUV 코스와 G클래스 전용 코스로 나뉜다. SUV코스는 3개의 각기 다른 노면 및 각도의 슬로프에서 오르막·내리막 주행을 할 수 있다. 바위, 모래, 자갈 등 다양한 지형에서 나무 범피, 액슬 트위스트 등 장애물 체험이 가능하다. G클래스 전용 코스는 더욱 역동적이고 실제 산악 주행에 가까운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네오스 오토모티브의 국내 공식 수입원인 차봇모터스는 강원 인제의 인제스피디움 내에 체험형 상설 시승센터인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오프로드 파쿠르’를 개장했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차주뿐만 아니라 잠재고객, 오프로드 주행 애호가 누구나 그레나디어의 오프로드 성능과 실용성을 체험할 수 있게 조성된 곳이다.
오프로드 주행 교육을 이수한 참가자는 코스에서 직접 주행할 수 있다. 워터 해저드, 슬라이드 슬로프, 통나무 트랩 및 경사로 등 총 11개 오프로드 장애물로 구성된 코스에서 오프로드·웨이딩 모드, 액슬 디퍼렌셜 록, 센트럴 컨트롤 시스템 등 차량의 다양한 오프로드 기능을 경험하고 주행 기술을 익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