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인천지법 411호 법정에서는 배우 이선균 씨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혐의(공갈)로 기소된 유흥업소 실장 A씨(30)와 전직 영화배우 B씨(29)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받았다.
연녹색 수의를 입은 두 여성은 과거 절친했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평소 친분이 있던 이선균 씨에게 “휴대전화가 해킹당해 협박받고 있다. 입막음용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3억 원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별도로 B씨는 이선균 씨에게 50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이선균 씨에게 총 3억 5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피해자인 이선균 씨는 이후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지난해 12월 숨졌다.
검찰은 A씨와 B씨의 공갈 행위에 대해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 A씨는 단순히 협박범의 요구를 피해자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유사 사건에서 공갈 혐의가 인정된 선례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A씨의 변호인은 B씨가 A씨를 가스라이팅하며 사건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B씨가 과거 다수의 범죄 이력을 가진 상태에서 A씨를 조종하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도록 했다”며 A씨의 행동이 B씨의 지배 아래 이루어진 것임을 부각했다. A씨는 피고인 신문에서 B씨를 “매일 만나는 가족 같은 동생”으로 묘사했으며, B씨와의 친밀한 관계가 사건의 발단이 되었음을 밝혔다.
A씨는 또한 자신의 휴대전화가 해킹됐다는 B씨의 주장을 믿고 이를 피해자인 이선균 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A씨는 “오빠(이선균)를 지키고 싶어 돈을 빨리 줘 사건을 끝내려 했다”며 협박 의도가 없었음을 호소했다.
B씨는 A씨의 은밀한 사생활을 알고 이를 악용했다. 그는 뒤에서 해킹범을 가장해 협박하는 한편, 앞에서는 A씨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도움을 주는 척했다. A씨는 사건 초기에는 B씨를 의심했지만, 구속 후에야 뉴스를 통해 B씨가 해킹범임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그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수사 중반 이후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사실대로 진술해왔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A씨는 “이씨를 직접 협박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받은 3억 원은 이선균 씨가 아닌 그의 지인에게서 건네받은 것이므로 피해자가 이선균 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A씨가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며 모든 혐의를 B씨에게 전가하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했다.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동시에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행위를 인정함으로써 무죄를 노리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A씨와 B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19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