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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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흐름 주목 [알아야 보이는 법(法)]

징벌적 손해배상은 말 그대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보다 더 큰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강력한 경고와 처벌의 의미를 담긴 것이다. 이른바 대륙법 체계에서 손해배상은 실손 배상이 원칙이며, 징벌적 손해는 매우 낯선 제도다. 영미법 체계에서는 미국 등 몇몇 국가가 대규모 소비자 피해 발생 등에 활용해왔다. 공정거래 분야에서도 미국 클레이튼법(Clayton Act) 제4조에서 ‘실손해의 3배(3배 이내가 아님) 및 합리적인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소송 비용’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확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OOO홀딩스 등이 수급사업자에게 납품받고 있던 부품의 구매 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부당하게 제공하고, 이와 동일한 제품 개발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를 이유로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으며 과징금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거래 제도에서 기술 유용행위는 매우 중대한 법 위반으로 여겨졌다. 이에 가장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었는데, 2011년 3월29일 기술자료 유용행위(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하도급법에서 3배 배상제도(3배를 넘지 않는 범위)가 최초로 도입되었다. 이는 공정거래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법제 전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최초로 도입된 사례이다. 2013년 5월28일 법 개정에 따라 기술자료 유용행위 외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부당 반품, 부당한 하도급 대금 감액으로 대상이 확대되었다. 2018년 1월16일 법 개정으로 보복조치도 3배 배상제도의 대상으로 추가됐다.

 

하도급법에 도입된 3배 배상제도는 갑을관계를 규율하는 다른 법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2017년 4월18일 가맹사업법으로 확대되었다. 즉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 부당한 거래 거절(갱신 거절, 계약 해지 등)에도 도입되었다. 2018년 1월6일 법 개정 결과 보복조치로도 대상이 확대되었다. 제조물책임법도 2017년 4월18일 개정되었는바,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그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가 있을 때 3배 배상제도를 도입했다.

 

그 후 대규모유통업법으로도 확대되었다. 2018년 10월16일 법 개정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의 상품대금 부당 감액·반품, 납품업체 등의 종업원 부당 사용, 보복조치에 대해 3배 소송제도가 도입되었다.

 

공정거래 분야 모법인 공정거래법에도 3배 배상제도가 도입되었다. 부당공동행위(담합),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중 부당공동행위, 보복조치로 확대됐다. 대리점법은 앞서 2015년 12월22일 법 제정 시부터 구입 강제,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에 대해 3배 배상제도가 도입되었고, 2021년 12월7일 법 개정 결과 보복조치가 3배 소송대상으로 추가됐다.

 

하도급법에서 시작된 3배 배상제도는 위와 같은 공정거래 관련 법 외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도 도입되었다.

 

3배 배상제도는 이제 5배 배상제도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월27일 하도급법 개정에 따라 기술자료 유용행위(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사용하는 행위 및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5배 배상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동시에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을 고려해 손해액의 추정제도가 도입되었다(8월27일 시행). 앞서 5배 배상제도는 2021년 자동차 관리법령에서 차량 결함 은폐행위에 대해 도입되었고, 지난 8월에는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비밀 및 아이디어 침해행위도 3배에서 5배로 상향되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아직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도 있고, 상한 개념으로 되어 있다 보니 손해의 몇배를 배상해야 하나 우리나라 법제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작용했을 터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논란에도 도입되었고, 그 범위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활성화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제도변화를 잘 숙지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동권 법무법인 바른 고문(전 공정거래조정원장) dongkweon.shin@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