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산업계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성장 동력인 수출의 첨병으로 불리는 해운업계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그의 대통령 선거 때 발언과 행보에서 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침체했던 해운업황이 고스란히 2기 때 재현될 수 있어서다.
2일 외신 보도와 관련 업계 상황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당선인은 새 행정부 출범 뒤 이른 시일 안에 주요 무역국에 대한 이른바 ‘보복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때 미국과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G2’ 국가인 중국에 대해 60%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최근엔 접경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고, 탈(脫)달러 기축통화화 정책을 추진 중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와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를 지목해 100%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한국이 아직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 이들처럼 ‘관세 폭탄’을 맞을지는 예상할 수 없다. 다만,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인 데다 미국에 중국 등에서 생산된 중간재의 상당량을 수출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트럼프의 관세 보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현재까진 힘이 실린다.
현재의 글로벌 해운운임 추이는 트럼프 2기 업황 전망을 이미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교통부의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지난 11월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뒤 계속 오르고 있고, 이보다 보편적으로 시황에 반영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대선 뒤 하락했다가 최근 반등 추세다. 한국 원양 해운사는 부산 등에서 바로 미국으로 갈 수 있는 대규모 물량과 선단을 확보할 규모를 갖추지 못해 이들 지수에 민감한 편이다.
최악은 물동량 감소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중 관계 변화에 민감하게 반영한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발생하며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둔화했다.
실제 이날 한국수출입은행 데이터를 보면 트럼프 1기 1년차인 2017년까지 해운 물동량 증가 추세가 뚜렷했으나 2018년 이후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물동량 증가율이 둔화했다. 당시 TEU(1TEU=20피트 길이 규격 컨테이너 1개) 기준으로 물동량 증가율은 2017년 5.7%에서 2018년 4.4%로 떨어지더니 2019년엔 2.2%로 급감했다.
해운업계 실적 전망에 암운을 드리운 악재는 하나 더 있다. 중동의 홍해 사태다. 이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주목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트럼프 2기 외교정책은 친(親)이스라엘, 반(反)이란 성향이 뚜렷해서다.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뒤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이 인근 홍해를 운항하던 컨테이너선에 대한 습격을 감행하면서 주요 해운사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노선을 택하면서 운임이 급등했다. 운임이 높아지면 해운사에 좋을 것도 같지만 최장 한 달 정도 운항 기간이 늘면서 노선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수출 기업은 대체 노선을 찾게 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각각의 시나리오를 두고 분석할 뿐, 미국 새 정부 출범 뒤 시황 등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이 한국 해운사에 던지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