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량이 계속 줄고 있다. 1988년 605t을 생산, 정점을 찍은 이래 2000년에는 536만t 그리고 2023년도에는 370만t으로 줄었다. 1988년도에 비해 무려 38%나 감소된 상황이다. 이렇게 쌀 생산량이 주는 것은 소비가 줄었기 때문. 쌀을 대체할 수 있는 먹거리가 워낙 많다 보니 쌀 소비가 줄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쌀 소비의 감소가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소득 감소는 물론,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논이 사라지면 관련 생태계에 위기가 온다. 더불어 농지는 갯벌 등과 함께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즉 농지가 사라지면 환경적 문제도 함께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식량 자급률이 낮아지면 수입 곡물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안갯속의 국제 정세 속에서 주변국의 전쟁 및 분쟁으로 농산물 수입이 막히거나 가격이 폭등한다면 우리는 손가락만 빨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소비의 타개책 중 하나로 전통주를 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주정 및 탁주, 약주 제조를 포함한 주류용 쌀 소비량은 24만4361t. 전체 쌀 생산량의 6.7%에 해당한다. 영국의 경우 2020년 영국 보리 생산량은 812만t. 이 중에서 200만t이 맥주 및 위스키로 빠지게 된다. 무려 25% 가까이가 주류 산업에 이용되는 것이다. 특히 스카치위스키는 1년에 10억ℓ가 수출되며 수출 금액도 60조파운드로 10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스코틀랜드를 찾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 그것을 통한 국가 브랜드 제고 등 수많은 소프트파워를 가지게 된다. 숫자 그 이상의 가치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역시 자국의 쌀 소비에 사케(일본식 청주)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2023년 쌀 생산량은 661만t. 이 중에서 32만9000t이 일본 청주 제조에 사용된다. 전체 비율로 본다면 약 5%. 소주, 주정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착안하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라고 본다. 쌀 소비도 당연하지만 그것에 맞는 문화적 가치와 소프트파워를 갖추는 일이다. 그래서 막걸리, 청주, 약주, 소주 그리고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소규모주류제조면허, 온라인으로 판매가 가능한 지역 특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라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만이 가진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라이스(쌀) 위스키. 현재 몰트(보리), 그레인(보리를 제외한 곡물), 콘(옥수수), 라이(호밀) 등의 항목을 지정한 나라는 있어도 ‘라이스 위스키’라는 항목을 법적으로 제도화한 나라는 없다. 일부 일본산 제품은 있어도 그저 상품명만 라이스 위스키일 뿐이다.
전 세계 최초로 라이스 위스키라는 법적 기준 및 제도가 한국에서 생기기를 기대한다. 위스키의 기준 중 하나인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한다는 조건을 넣어 말이다. 무엇보다 코리안이라는 이름을 넣기 위해서는 우리 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넣어야 한다. 이러한 것을 통해 수많은 코리안 라이스 위스키가 탄생한다면 어쩌면 제2의 한류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쌀로 만들어도 오크통 숙성만 잘하면 유럽 및 미국에 위스키로 판매가 가능하기도 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위스키 산업이 국산 농산물을 통해 고부가가치로 올라서기를 기대한다. 언제까지 남의 나라 위스키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