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 투병 중 뇌출혈로 쓰러진 10대가 응급치료 지연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지속되며 의정 갈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우만동에 거주하는 A(16)군이 지난달 15일 오전 12시30분쯤 뇌출혈로 쓰러져 구급차가 긴급 출동했지만,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했다.
구급대원들이 인근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두 곳을 포함해 접촉 가능한 모든 곳에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진료 거부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가까스로 집에서 약 9㎞ 거리에 있는 병원 응급실 한 곳이 연결됐고, 첫 신고 70분 만에 응급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 측에선 “수술이 어렵다”며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또 네 시간가량이 흘렀고, A군 뇌 수술은 첫 신고 후 6시간 만인 오전 6시30분쯤에야 다른 병원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A군은 사경을 헤매다 결국 일주일 만에 숨졌다.
A군 어머니는 “‘머리 아파’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고 정신 차리라고 했는데 (병원에) 전화해도 안 된다고, 오셔도 안 된다고 했다”며 “너무너무 무서웠다. 진짜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었다”고 YTN에 토로했다.
A군을 받아주지 않은 대학병원 측은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 불가능하다거나 응급실에 의료진이 없어 배후 진료가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야모야병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이 점차 좁아지며 막히는 질환이다. 10세 전후 소아와 40~50대 성인에서 상대적으로 흔하게 발생하는데,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뇌로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뇌졸중·뇌출혈 같은 심각한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한편 의정 갈등이 장기화됨에 따라 ‘구급차 뺑뺑이’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19일부터 8월25일까지 구급차 재이송 건수는 3071건으로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 190일 동안인 지난해 8월11일부터 지난 2월17일까지 집계치 대비 46.3% 증가했다.
A군처럼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경우도 잇따른다. 최근엔 건물에서 추락한 여학생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숨지자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에 보조금을 중단한 병원 처분이 정당했다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다만 의료계에선 최선을 다해 진료했음에도 예기치 못한 의료 사고 등이 발생해 민·형사상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는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