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30년 넘게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62) 씨는 4일 오전 뉴스를 보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이어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한 소식을 접한 김 씨는 “밤 9시면 잠이 드는데, 계엄령 뉴스에 새벽 3시까지 뒤척였다”며 "2024년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2.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54) 씨도 계엄 선포 소식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씨는 "정치 싸움은 익숙하지만 계엄령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대통령이 누구든 경제만 안정적이면 좋겠는데 이런 상황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3. 안경점을 운영하는 박모(47) 씨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 씨는 “상인들끼리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며 걱정을 나누었다”며 “연말 대목을 앞두고 계엄령 사태가 혼란만 키웠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예정됐던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취소되었고, 소상공인 지원 예산 논의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회의는 소상공인 금융 안전망과 지역상권 활성화 방안 등 민생 대책을 구체화하려던 자리였다.
소상공인 주무 부처도 새벽 긴급 회의를 열었으나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 단체 역시 “정책 향방을 예의주시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넘어 소비 심리를 진작시키겠다”며 배달앱 수수료 인하, 악성 리뷰 피해 구제 등 정책을 발표했다. 이 약속은 계엄 선포와 해제로 빛이 바랬다.
소상공인들은 "민생토론회는 보여주기식 아니었냐", "정부 지원 다 끊길 것 같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자영업자는 “며칠 전 백종원 1000명을 육성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계엄이라니, 자영업자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6시간 만에 해제되었지만, 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제와 민생 안정이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먼 행보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각자도생"을 외치며 버텨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소비 심리 위축과 불안정한 정국이 계속된다면, 이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