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g, 302g, 1000g으로 태어나 국내 최소 체중 간이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만들어진 기적들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989년 개원 이후 35년 간 이른둥이, 선천성 기형을 가진 신생아 치료가 2만 명을 넘어섰다고 3일 밝혔다.
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은 국내 최대 규모인 62병상. 이곳에서 매년 출생체중 2000g 미만, 35주 이전에 태어난 조산아와 수술이 필요한 고위험 신생아 등 800여명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싸워왔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1500g 미만 이른둥이가 연평균 약 130명이 치료를 받는다. 이들의 생존율은 90%를 웃돈다. 이 중 1000g 미만 이른둥이도 연평균 약 60명으로, 생존율 85%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평균 생존율 35%를 웃도는, 세계적인 이른둥이 치료 선두주자로 알려진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다.
500g 미만 이른둥이 도 최근 5년간 35명이 태어나 이중 23명이 생존했다. 약 66%의 생존율이다. 출생체중 500g 미만인 아기들은 학계에서 용어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드물다.
엄마의 뱃속에서 37주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일찍 태어난 아이’라는 의미의 ‘조산아’로 불린다. 과거에는 ‘미숙아’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표현인 ‘이른둥이’로 바꾸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인 공식 명칭은 ‘극소저출생체중아(1500g 미만)’, ‘초극소저출생체중아(1000g 미만)’이다.
이른둥이 및 신생아 중환자는 혈관이 작아 주사나 수술이나 투약 과정이 훨씬 까다롭고, 성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도 치명적일 수 있어 더욱 세심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
선천성 질환을 가진 신생아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입원하는 신생아의 약 48%는 선천성 심장병을 포함해 위장관 기형, 뇌 및 척수 이상 등 선천성 질환이나 희귀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그중 1500g 미만 극소저출생체중아가 선천성 기형을 동반한 경우도 12%로, 국내 평균 4%의 세 배에 달한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이른둥이 및 선천성 기형이나 희귀 질환을 동반한 신생아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신생아과 및 소아심장과 전문의 13명, 전문간호사 4명을 포함한 120여 명의 간호사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운영한다.
1989년 18병상으로 시작한 서울아산병원 중증 신생아 치료는 2013년에 신생아 1·2중환자실 구분, 2018년에 신생아과, 소아심장과, 소아심장외과, 소아외과를 포함한 신생아 체외막산소화술(ECMO) 전문팀 국내 최초로 운영, 2023년 이른둥이, 발달 케어, 외과질환 등에 따른 1·2·3중환자실 세분화 등 발전해왔다.
고태성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장은 “신생아중환자실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이른둥이와 중증 신생아들이 건강히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은 작고 연약한 생명들이 존중받고 건강한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세심하고 따뜻한 진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