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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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세계최초 ‘성매매 노동법’ 시행…연금·출산휴가 등 보장

근로계약 맺으면 사회보장제도로 보호
“범죄전력 없어야” 고용주 요건도 규정
성노동자 관련 단체들 ‘환영’ 목소리
일각에선 법률에 ‘사각지대’ 지적도

벨기에가 세계 최초의 ‘성매매 노동법’을 시행한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벨기에 의회에서 가결된 ‘성 노동자를 위한 보호법’이 전날부터 발효됐다. 이 법률은 성매매 종사자가 고용주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성매매 종사자들을 피고용인으로 인정하고 각종 사회보장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골자다.

벨기에 국기. EPA연합뉴스

이에 따라 성매매 종사자도 일반 근로자처럼 연금·실업수당·건강보험·연차와 병가 및 출산휴가 등의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또한 법률에는 원하지 않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을 거부할 권리와 성행위를 언제든 중단할 권리, 고용주의 일방적 해고와 같은 불리한 처우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법률은 성매매 종사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자격도 규정했다. 고용주는 성폭행·인신매매 등 범죄전력이 없어야 하며,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에게만 정부가 사업 허가증을 발급한다. 또한 고용주는 성매매 종사자에게 콘돔과 깨끗한 침구, 작업실 내 비상 버튼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도 법률에 명시됐다.

 

벨기에의 성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법률 시행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성노동자 연합인 ‘UTSOPI’의 멜 멜리셔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은 보호를 받게 될 것이고, 이 업계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 역시 그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률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등을 통해 자영업 방식으로 일하는 성매매 종사자들은 이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성노동자 옹호단체인 ‘이스페이스 피’의 홍보 담당자 쿠엔틴 델투어는 이번 법률은 “첫발을 뗀 것”이라며 “문이 열렸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서도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