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의 모습은 마치 한 몸과도 같다. 상반신은 사람인데, 하반신은 뱀의 형상으로 서로 얽혀 있다. 각각 손에는 컴퍼스와 구부러진 자를 들고 있다. 중국 고대의 천지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복희’와 ‘여와’라는 이름의 신이다.
약 130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비로운 그림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다시 걸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투루판(吐魯番) 아스타나 고분에서 발견한 ‘복희여와도’ 진품을 상설전시관 내 중앙아시아실에서 전시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가로 93.2㎝, 세로 188.5㎝ 크기인 이 그림의 진품 공개는 2021년 6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박물관은 작품 보존을 위해 진품은 수장고에 보관하고 모사도를 전시실에서 선보여왔다. 빛에 약한 회화 작품의 특성상 진품은 박물관 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그림을 전시한 뒤 복제품 등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복희와 여와 그림은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투루판시에서 동남쪽으로 약 35㎞ 떨어진 곳에 있는 무덤 유적인 아스타나 고분에서 나온 유물이다.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일본인 오타니 고즈이(1876∼1948)를 주축으로 한 탐험대가 3차에 걸쳐 수집했던 것으로,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거쳐 국립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으로 넘어왔다.
복희는 천지 만물을 포함하는 팔괘(八卦)를 만들고 불을 발명했으며, 그물을 만들어 고기 잡는 법을 인류에게 전해줬다고 전한다. 여와는 인류를 만들었다고 한다. 두 창조신이 서로 몸을 꼬고 있는 듯한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우주와 만물이 생겨나는 것을 상징하는데, 주로 무덤 널방 천장에서 발견됐다.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나 다음 세상에서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6세기부터 8세기 중반까지 많이 그렸으며 주로 무덤 내부를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실에서는 그림 진본과 쓰임새를 함께 볼 수 있다. 박물관은 무덤 안 공간처럼 연출한 공간에 복희와 여와 그림 진품을 전시한 뒤, 이와 같은 크기의 복제본을 천장에 매달아 무덤에 설치된 것처럼 연출했다.
박물관 측은 “복희와 여와 그림은 전 세계에 60여 점 있으나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대표작으로 평가된다”며 “그림의 의미와 기능적 측면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