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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산업기술 유출에도 ‘솜방망이’ 처벌…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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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은 “투자 위축” 우려도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국내 산업기술의 유출을 막고자 국회에 발의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논쟁을 불렀다. 일각에서는 개정안 조항에 따라 해외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나 기술 유출시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는 산업계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3일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 컨설팅업체 대표 A(64)씨를 구속 상태로, 다른 헤드헌팅업체 대표 2명 및 헤드헌팅업체 1곳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삼성전자 연구원에게 기존 연봉의 최소 2∼3배를 약속하며 이직을 알선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도 유출됐다. 그러나 현행법상 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을 사전에 예비, 음모를 꾸민 경우에 적용해 인력 유출 방식은 해당 법 위반으로 죄를 묻기 어렵다.

 

이날 국회 의안발의시스템에 따르면 산업기술보호법은 지난달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에서 대안반영폐기됐다. 대안반영폐기는 비슷한 취지의 여러 법안이 발의되면 상임위원회가 이를 개별 심사하지 않고 대안으로 대체법안을 만들어 부의한 뒤 원안은 폐기 처리하는 방식이다.

 

대체법안인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요지는 국가핵심기술 등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기술을 목적 외로 사용·공개·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유출 행위에 포함, 유출시 처벌을 강화하며 해외 인수·합병(M&A) 승인 심사시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를 검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만 검토하게 돼있는데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도 본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산업계 일부에서는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라는 심사기준이 불명확하며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해당하는 이 규정으로 투자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가 국민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국가안보에 우려가 없는 외국인 투자는 권장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업종은 외국에서 투자 유치를 받으려 할 때 해당 조항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다른 국가도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는 입법례는 굉장히 많다”면서 “우리나라도 현 관점(국가안보)에서 범경제적 효과까지 포함해 검토할 수 있음에도 굳이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을 높이고 추가 검토요소가 될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경제자유협정(FTA) 등 각종 협정, 협약을 많이 체결했는데 최혜국 대우 원칙, 내국민 대우 원칙이라는 기본 약속이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도 내국인과 같이 대우하겠다는 원칙을 우리가 어기면 향후 통상협정 위반으로 국제소송 등 마찰이 일어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재계 관계자는 “개정시 외국인 투자 유불리는 기업마다 입장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유출 처벌 강화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기술이 인력과 함께 해외로 유출됐을 때 보상받는 일확천금에 비해 국내 처벌은 미약한 벌금 수준”이라며 “유출의 위험성을 생각해 조심하도록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가 끝나며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현재도 정부 지원을 받은 국가핵심기술은 수출·매각시 정부가 국가안보와 경제적 영향을 따져 승인하고, 일반 산업기술은 신고하게 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핵심기술은 M&A 때에도 국가안보 영향에 더해 국민경제 파급효과까지 검토하겠다는 취지라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국회 때는 국내 기업만 M&A 승인을 받도록 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개정안에는 외국인도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은 빠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