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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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尹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다

“종북세력 척결,헌정질서 수호”
경제 타격·국가 신인도 추락 우려
국회 요구 수용, 6시간만에 해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6시간만에 해제했다. 국회가 오늘 새벽 계엄 해체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무장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해 향후 대통령 탄핵 요구가 거세지는 등 정치적 파문이 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어제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제1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모두 16번의 계엄령이 선포됐다. 이 중 비상계엄령은 12번 선포됐다. 느닷없는 계엄 선포는 국가 경제에 엄청한 부담을 주게 되며, 국가 신인도도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며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도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고 했다. “판사를 겁박하고,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야당의 공세로 인해 야기된 정치적 수세를 돌파하기 위해 계엄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위헌적이고 반국민적인 계엄선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검찰 지배국가’에서 ‘군인 지배국가'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과연 현 시국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큼 국가비상사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한밤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조치다. 정상적인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한 대표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힌데서도 국민의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계엄준비설을 제기했을 때 ‘뜬금 없다’는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여당도 “소설 같은 얘기”라며 일축해 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실제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나라 전체가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됐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령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야당이 일제히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등 본인도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