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회를 뒤흔든 전 여자친구 살해사건의 피고인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법원이 3일(현지시간) 전 여자친구 줄리아 체케틴(22)을 살해한 혐의로 필리포 투레타(23)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안사(ANS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동북부에 있는 명문 파도바대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던 줄리아는 지난해 11월18일 알프스 산기슭 외딴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 남자친구인 투레타를 만나러 외출했다가 실종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줄리아의 머리와 목 등에서는 70군데가 넘는 자상이 확인됐다.
투레타는 그로부터 하루 뒤 독일에서 검거돼 이탈리아로 송환됐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줄리아의 학과 동기인 투레타는 전 여자친구인 줄리아가 자신보다 먼저 졸업한다는 사실에 분개해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과 친구들은 줄리아가 투레타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투레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이탈리아에선 그간 여성 살해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했지만, 이 사건은 특히 줄리아의 실종 초기부터 이탈리아 언론을 달궜고 결국 줄리아가 시신으로 돌아오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대학생들은 여성혐오 폭력에 소리 높여 저항하라는 의미에서 수업 중 다 같이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는 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다.
같은 해 12월에 열린 줄리아의 장례식은 TV로 생중계됐고, 1만명 이상의 추모객이 몰려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많은 추모객이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것)를 추방하자는 의미의 빨간색 리본을 옷깃에 달았다.
이들은 여성 폭력에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종과 열쇠를 흔들었다.
줄리아의 아버지 지노는 추도사에서 "딸의 죽음은 여성에 대한 끔찍한 폭력의 재앙을 종식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슬픔에서 우리는 대응할 힘을 찾고 비극을, 변화를 위한 원동력으로 바꿔야 한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줄리아의 자매 엘레나는 많은 이탈리아 여성이 하고 싶은 말을 대변했다. 그는 투레타가 '괴물'이 아니라 '가부장제 문화가 낳은 건강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엘레나의 말은 이탈리아 사회의 뿌리 깊은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국가적 성찰의 계기가 됐다.
이탈리아의 반폭력, 스토킹 긴급전화는 현재 전화 건수가 지난해보다 57% 증가했다고 전했다.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에서 살해된 여성은 총 96명으로 이 중 51명이 현재 연인 관계거나 예전 연인이었던 남성에게 살해됐다.
지노는 재판이 끝난 뒤 "아무도 줄리아를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젠더 폭력은 형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방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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