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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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챙겨” 한밤중 편의점으로 달려간 사람들… 왜? [뉴스+]

비상계엄에 생필품 수요 몰려

지난주 같은 요일 시간대보다
통조림 매출 337.3% 급증

70대 박모씨는 간 밤에 크게 놀랐다. 밤 10시30분쯤 잠자리에 들 무렵 남편으로부터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듣고 북한 군이 쳐들어온 줄 알았기 때문이다. 6·25 전쟁, 광주 사태 등 역사적 굴곡을 직접 겪었던 박씨는 집 근처 편의점부터 찾았다. “뭔 일로 계엄령이 떨어진 지 모르겠지만 라면, 즉석밥 같은 비상 식량이 있어야할 것 같았다. 일주일 정도 먹을 거리를 사놓았다.” 박씨의 말이다. 

 

비상 계엄이 발동한 직후인 지난 3일 밤 11시경 시내 한 마트 라면, 즉석밥 매대에서 제품이 팔려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 온라인 캡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인 비상 계엄을 선포한 직후 박씨처럼 편의점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4일 A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전국 전 매장 기준 통조림 매출이 지난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보다 337.3% 급증했다. 이어 봉지 면이 253.8%, 생수 141.0%, 즉석밥 128.6%, 건전지 40.6%, 안전상비의약품 39.5% 등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A사 측은 주택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생필품, 특히 비상 먹거리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B 편의점 역시 같은 시간대 햇반과 같은 즉석밥 매출은 70% 급증하고 생수·라면 매출도 50% 넘게 늘어나는 등 식품을 찾는 수요가 많았다. 윤 대통령이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소비자들이 당장 비상식량부터 비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됐다. 

 

C 편의점 상황도 마찬가지다. 즉석밥 70%, 라면 50%, 생수 40%, 주류 30% 등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후 평소와 달리 중장년층의 편의점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젊은 층보다는 비상계엄을 경험한 세대의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편의점을 찾는 주 연령대는 50∼60대였다. 1980년대 전후로 비상계엄을 경험해본 세대”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뉴스1

쿠팡에서도 간밤 라면, 생수 등 생필품 주문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금일 오전 계엄 해제 담화가 발표된 후 사재기 현상이 진정되면서 기존 주문을 취소한 사례가 많았다. G마켓, 쓱닷컴 등 다른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도 간밤 매출 동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이 빠르게 해제됐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수 등을 미리 챙겨야 한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SNS에서는 “자다가 일어나서 생필품 주문했다”, “계엄 해제 안 되면 물가 폭등할까봐 빠르게 구매했다” “생필품은 미리 구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후기도 잇따랐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