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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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숙여 인사 후 떠난 계엄군…尹대통령은 공식일정 연기

허재현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국회 본청 건물에 투입된 무장 계엄군 청년이 시민에게 고개 숙인 뒤 철수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조용히 사과하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모든 일정을 연기하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4일 오전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는 고개 숙인 한 계엄군인의 사진을 올리고 "오늘 항의하러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죄송합니다' 말해주고 간 이름 없는 한 계엄군인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눈에 봐도 너무나 반듯하게 생긴 그 계엄군 청년. 안경 너머 비치는 맑은 눈동자에 그만 저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며 한없는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쫓아오는 저에게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 절을 하며 '죄송합니다' 말하던 그 짧은 순간, 당신의 진심을 느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같은 편'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진심을"이라며 "제가 당신의 인사를 받은 한 시민이자 취재 기자였다"고 했다.

 

앞서 3일 오후 10시 28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4일 0시 27분 계엄군이 국회 본관 정문 진입을 시도하며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오전 0시 38분 무장 계엄군 일부가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하면서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국회 보좌진들과 대치했다.

 

일부 무장 병력은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고, 이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

 

이후 국회의 계엄령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후 오전 1시 14분 국회 본관에 진입했던 군인들은 전원 경내 밖으로 철수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해제 이후 첫 공개 일정이던 마약류 대응상황 점검회의를 연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약류 대응상황 점검회의가 순연됐다”고 전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실에서 이 회의를 주재하고 마약 범죄 관련 발언을 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공식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은 이날 오전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일괄 사의를 표명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의 표명 이후 수리가 곧바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