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가장 기민하게 반응한 곳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가상자산 시장이었다. 국가 비상사태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을 사수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코인 거래로 몰렸고 주요 거래소의 일일 거래량은 50조원을 넘어섰다.
4일 가상자산 중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의 이날 오후 2시 기준 일일 거래량은 41조3143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일일 거래량이 18조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빗썸의 같은 시간 일일 거래량은 9조87억원을 기록했고 코인원(7806억원), 코빗(2605억원), 고팍스(119억원) 등을 합치면 하루에 51조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졌다.
계엄령 선포직후 국내 투자자들의 판단은 ‘팔자’였다. 정세 불안감에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리플 등 대장주들을 일제히 매도하기 시작했다. 3일 오전 1억320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57분 업비트 기준 8827만원까지 급락했다. 이때 김치프리미엄은 –40%를 기록하며 국내 가상자산이 해외보다 저렴한 바겐세일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투자자들은 곧바로 ‘사자’로 전환한다. 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테더(USDT)만 싸게 사도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앞 다퉈 제휴은행들을 통해 거래소로 입금을 시도했고 업비트, 빗썸 등 주요 시스템은 다운됐다. 정상화 이후에도 거래소에서는 입금이 몰려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 후 10분도 되지 않아 1억3000만원을 회복했다. 그 과정에서 국내 거래소는 하루 3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거래중지 불안에 해외거래소로 이동하는 투자자도 많았다는 분석이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당시 해외 송금에 흔히 이용되는 트론의 거래량이 급등했다”며 “코인도 국내를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감지됐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하락에 대비해 외화거래도 폭증했다. 그 여파로 토스뱅크는 이날 오전 1시20분∼9시 외화통장을 통한 외화 환전 거래를 중단했고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2∼8시 해외 계좌 송금 보내기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