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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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생명을 찾다” 고요한 작가 두번째 전시 ‘자연을 심(心)다’展… 공주서 6일까지

그의 작품은 존재와 생명에 와 닿아 있다. 그가 두 번째 개인전 주제를 ‘지문’으로 한 것도 존재와 생명, 그 연장 선상일 것이다.

 

자연미술작가인 고요한(32)이 금강 변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고요한 작가는 이달 6일까지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고마에서 ‘자연을 심(心)다’ 기획전을 연다. 그는 평면 35점, 영상 및 아카이브 3점 등 모두 38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고요한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고요한 작가 제공

이번 전시에서 그는 지난해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문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는 “자연의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기 시작하니까 그 안에 이전까지는 못 느꼈던 아름다움과 의미들이 더 발견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문을 자연처럼 관찰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지문에서 존재의미와 가치를 떠올렸다고 한다.

 

고 작가는 “지문이라는 것이 고유성을 가진 패턴이기 때문에 나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상기시켜줬다”며 “그 뿐만 아니라 자세히 살필수록 굉장히 많은 조형적 아름다움까지 갖고 있어 지문을 평면 또는 입체로 다양하게 시각화 해보는 등 여러가지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지문 작품에는 매우 다양한 재료와 방법이 사용된다. 캔버스와 아크릴판에 물감은 물론 흙이나 씨앗과 같은 자연물 또는 자개나 브론즈 같은 경성 매재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어떤 재료냐, 어떤 기법이냐는 그 자체로 메시지다.  

 

고요한 작가가 고승현 작가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고요한 작가 제공

고 작가가 이번 전시작품 가운데 가장 의미있게 생각하는 작품은 ‘존재 J24-003’이다. 

 

그는 “금강의 물막음(공주보 설치)으로 인해 물이 고이다 보니 펄이 썩고 악취가 진동했다. 거기에 사람들이 버린 폐플라스틱이 환경 파괴를 가속화 시켰다. 그래서 물막음으로 그 부패한 펄과 인간이 버린 폐플라스틱을 재료로 생명의 부활을 기원하는 지문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이어 “작품 속 펄과 플라스틱의 조합은 자연의 순환을 방해하는 인간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관심사는 다양하게 변천해왔다. 지문 그 이전에는 심장이었다. 그에게 심장은 생명이다. 고 작가는 “몇 해전 참여한 강원국제트레날레에선 6·25 한국전쟁 당시에 사용됐던 전차 위에 5m 높이의 심장을 올려놓은 작품을 출품했다”며 “죽음과 파괴를 상징하는 탱크 위에 생명을 상징하는 심장을 올려놓은 이 작품의 제목은 ‘생명의 싹’이었다. 심장은 생명과 더불어 생태이기도 하고 사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각을 하다가 결국 자연미술로 접어들었고, 그 메시지는 자연과 생명으로 귀결되는데 이는 부친의 영향이 크다. 그는 어린 시절 자연미술을 마치 배경처럼 익숙하게 접했다. 자신의 작품을 자연미술에 접목시키면서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한다. 

 

고요한 작가(왼쪽)과 그의 아버지 고승현 작가가 고 작가의 두번째 전시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고요한 작가 제공

그의 부친은 자연미술을 태동시키고 40여년 동안 발전시킨 고승현(68) 작가다. 고승현 작가는 공주에서 탄생한 국내자연미술그룹 야투(野投) 창립 멤버이다. 

 

임재광 평론가(전 국립공주대 미술교육과 교수)는 “고요한의 작품세계를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는 ‘조각’과 ‘자연미술’”이라며 “조각은 정규 교육과정의 학교 전공이고 자연미술은 개인사적인 환경에 의에 얻어진 세계관이다. 이 두 가지의 요소는 고요한을 멀티플한 작가로 이끌어주는 원동력이며 근본적 사고다. 여기서 파생되는 작품세계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듯 새로운 요소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했다.   


공주=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