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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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 위해”...中 매체 “영화나 소설에만 나오는 계엄령 현실로”

중국 주요 매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실시간으로 전한 데 이어 분석 기사도 쏟아냈다. 이번 사태를 영화 ‘서울의 봄’의 실사판이라 칭하는가 하면, 계엄의 배경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있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4일 관영 신화통신은 ‘서울의 겨울: 윤석열의 6시간 계엄령 희극’이라는 기사를 통해 “현재 벌어지는 일들이 영화 ‘서울의 봄’과 줄거리가 같다”면서 “한국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40여년 만인데 며칠 뒤에 그 악명 높은 12·12 군사쿠데타 45주년이 된다”고 짚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12가 일어난 과정을 소재로 한 영화다.

 

환구시보는 한국 특전사 부대가 등장하는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장면을 인용,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인 특전사 병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관변 논객인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윤 대통령의 도박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발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뉴탄친(牛彈琴)은 이날 계엄령에 대해 “사실상 쿠데타”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어 계엄령 배경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전 세계의 적이 되길 선언하는 일이 영화나 소설에만 나온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일주일가량 앞둔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해석이다.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서울의 봄’을 비롯한 계엄 사태와 관련된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오른 '서울의 봄'. 웨이보 캡처

중화권 매체들도 계엄령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이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계엄령 실수로 한국의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다: 정치적 자살’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26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내걸린 '서울의 봄'. 연합뉴스

중국 네티즌들도 한국의 계엄령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지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계엄령 관련 검색어가 이날 내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말을 아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 상황을 주목하고 있으나 한국 내정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있는 중국 교민들에게 안전 대비를 강화하라고 이미 당부했다”며 “한국 정부가 중국 국민과 기관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