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김모(34) 씨는 출근길에 들른 카페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를 받자마자 두 손으로 종이컵을 감싸 쥐었다. 따뜻한 온기가 손끝을 통해 전해져 몸이 녹는 듯했다. 출근하던 도중 미끄러운 길에서 발이 살짝 헛디뎠지만, 뜨거운 커피를 꼭 쥐고 있는 덕에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커피 이야기를 하며 웃으며 말했다. 결국 김씨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아침 업무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2. 회사원 이모(40) 씨는 점심시간에 카페에 들러 아이스 라떼를 주문했다. 얼음이 찰랑거리는 투명한 컵을 손에 들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동료들이 반가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청량감이 이씨의 기운을 되살렸다. 덕분에 오후의 힘든 회의도 씩씩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차가운 커피 한 잔이 힘든 직장생활을 견디는 동력이 된 셈이었다.
한국인의 커피 취향은 매우 다양하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주기적으로 신메뉴를 출시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아메리카노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굳건하다.
특히 아메리카노 애호가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쪄죽따(쪄 죽어도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한겨울에도 얼음을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나뉜다.
이처럼 한국인은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커피 온도에 대한 선호를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커피의 온도는 단순한 취향을 넘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상황과 체질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뜨거운 커피는 항산화 성분 함량이 높다. 뜨거운 물로 추출할 때 원두에서 더 많은 영양소가 우러나와 건강에 이점을 제공한다. 뜨거운 커피는 더 많은 증기를 방출해 풍부한 향과 맛을 내며 스트레스 완화와 피로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뜨거운 커피를 식히지 않고 바로 마시면 식도를 자극해 만성 염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콜드브루 커피는 뜨거운 커피보다 산성도가 낮고 클로로겐산 함량이 높아 소화 장애 유발 가능성이 낮다. 혈당 및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차가운 커피는 혈관과 신경을 수축시켜 혈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공복 상태에서 마시면 체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카페인의 효과는 섭취 방법에 따라 다르다. 뜨거운 커피는 섭취 후 30분, 차가운 커피는 2시간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공복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공복 상태에서의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위벽을 자극하고, 이는 소화불량,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위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취향과 건강, 문화를 모두 반영한 독특한 양상이다. 각자의 선호에 맞는 커피를 즐기되, 건강을 고려한 선택과 적정 섭취가 필요하다.
따뜻한 한 잔, 혹은 시원한 한 잔을 고를 때, 그 안에 담긴 과학적 이점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한국인의 카페인 섭취 권고량
- 성인 : 400㎎ 이하
- 임산부 : 300㎎ 이하
- 어린이·청소년 : 체중 1kg당 2.5㎎ 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