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이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출근길 지하철과 고속열차가 축소 운행됐다. 우려했던 ‘출근 대란’은 없었지만, KTX·무궁화호 등 고속열차를 이용하려 했던 시민들이 운행 중단으로 불편을 겪었다.
철도노조는 전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임금 인상, 인력 충원 등 주요 요구사항에 대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의 총파업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평시대비 수도권지하철 75%(출퇴근시간대 90%), KTX 67%, 새마을호 일반열차 58%, 무궁화호 62%를 목표로 운행이 이뤄진다. 화물열차도 22% 수준으로 축소 운행되며 수출입화물, 산업필수품 등 긴급화물 위주로 우선 처리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9시를 전후해 서울역에 도착한 1호선 열차들은 대부분 5분 이내의 일반적인 지연만 발생했다. 다만 9시부터 파업이 본격화하면 퇴근길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1호선을 타고 서울역에서 내린 회사원 최모(29)씨는 “혹시 몰라 30분 일찍 나왔다. 요즘 나라도 뒤숭숭한데 파업까지 피곤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같은 시간 서울역 KTX 플랫폼은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앞서 상당수 열차가 취소되면서 버스 등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으로 보였다. 실제로 이날 9시쯤 전광판에 안내된 열차 6개 중 5개는 ‘운행 중지’ 상태였다.
전날부터 인터넷에는 ‘열차 취소’ 연락을 받았다며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글이 쏟아졌다. 6일 서울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는 강원 강릉 시민 이지원(33)씨는 “취소 연락을 받고 다른 표를 알아봤지만 대부분 매진이라 어쩔 수 없이 식당 예약부터 바꿨다”면서 “오랜만의 부부 여행인데 일정이 완전히 꼬였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열차 이용객의 혼란을 막기 위해 파업으로 운행 중지된 열차 승차권 예매 고객에겐 이달 3일부터 문자와 코레일톡 푸시 알림을 발송하고 있으며, 모바일 앱 코레일톡과 홈페이지 등에서 지연·중지 열차를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에겐 이런 소식이 잘 닿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날 서울역에서 경남 마산으로 갈 예정이었다는 한 70대 남성은 “파업도 몰랐고, 앱은 잘 사용하지 못한다”며 “4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역 근처라도 돌아다녀야지 어쩔 수 있나”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코레일에 따르면 노사는 올해 8월부터 4개월 간 총 17차례(실무교섭 14회, 본교섭 3회)에 걸쳐 임금 문제를 논의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주요 쟁점은 △4조 2교대 근무 체계 개편 △성과급 지급률 개선 △임금 인상 △인력 충원 등이다.
철도노조는 정부 임금 가이드라인 2.5% 수준의 기본급 인상과 노사합의에 따른 타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의 성과급 지급,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 중이다. 반면 코레일은 이미 연초 기본급 인상과 실적급 등으로 정부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지급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