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13개 계열사 중 9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임기 만료 CEO 전원을 연임시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본부장급 인사를 CEO로 선임하는 등 파격 발탁을 통해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진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경위)는 5일 오전 회의를 열어 신한은행장 후보로 정상혁 현 행장을 추천했다. 자경위는 “견조한 자산성장과 비이자 이익 증가,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실현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며 조직을 쇄신했다”면서 “또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 노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정 행장은 특히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부과하는 관례를 깨고 2년 연임을 추천받았다.
신한라이프 이영종 사장(임기 1년)과 신한자산신탁 이승수(임기 1년) 사장, 신한EZ손해보험 강병관(임기 1년) 사장도 정 행장과 마찬가지로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카드 문동권 사장 후임으로는 박창훈 본부장을 추천했다. 주요 자회사 CEO에 부사장이 아닌 본부장을 발탁한 파격 인사다. 신한카드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과감한 조직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방점을 둔 것이다.
파생상품 사고로 사임 의사를 밝힌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의 후임으로는 이선훈 부사장을 추천했다. 자경위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전사리스크 관리 컨트롤타워로서 역할 수행이 더욱 강조된다”면서 “현재 파생상품 사고 관련 후속조치를 위한 ‘위기관리·정상화 TF’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조직 쇄신에 가장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1999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에 리테일 분야와 전략기획을 담당했으며, 이후 외부 증권사의 대표이사를 거쳐 다시 복귀한 만큼 내부 이해도와 외부 관점의 객관성을 함께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과 함께 신규 발탁된 계열사 CEO 후보는 △신한캐피탈 전필환 △제주은행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채수웅 △신한DS 사장 민복기 △신한펀드파트너스 김정남 △신한리츠운용 임현우 △신한벤처투자 박선배이며 모두 임기 2년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임기 만료 CEO 전원이 연임한 것과 대조적으로 13개 계열사 중 9개사 CEO가 교체됐다”면서 “특히 9명 중 5명(신한카드, 신한저축은행, 신한 DS, 신한펀드파트너스, 신한리츠운용)이 1968년생으로, 본부장급에서 CEO로 바로 파격 발탁돼 향후 조직개편 및 임원급 인사에서 큰 폭의 세대교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이날 자경위 회의에서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불확실한 미래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의 근원적 혁신과 강력한 인적쇄신,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