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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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쩌겄어 [詩의 뜨락]

박경희

눈앞이 캄캄혔어 나가 확진자라는 말에 암것도 생각나는 것이 읎드라고 재차 진짜냐고 물었는디 보건소에선 진짜라고 허드라고 역병이 들었다니 정신 줄 놓고 앉아 있다가 내 몸을 봤는디 오디에도 역병이 보이지를 않는겨 헌디 그것이 들어 있댜 눈물이 앞을 가리는디 워쩌겄어 숟가락 같이 들었던 식구들헌티 언능 검사하라고 혔지 나가 죄인이 된 거 같드라고 목구녕에서 소리가 걸려서리 캑캑거리고 미안허다고 수십번은 헌 거 같구만 손꾸락 끝부터 발끝꺼정 찬찬히 바라보는디 속에서 열불이 나서 환장허겄데 아무렇지도 않은디 오째 들었을까 생각허고 생각혀도 참말로 요상헌겨 변한 건 읎는디 죄다 변한 거 같드라고 밤새 지장보살 찾다가 저승 간 아부지헌티 식구들 지켜달라고 매달렸지 워쩌겄어 매달릴 사램이 전부 다 이승에 읎는디 그저 무탈허게 지나가길 바랄 뿐 뭔가 있간 에휴, 참말로 지랄맞은 시상이여

 

-시집 ‘미나리아재비’(창비) 수록

 

●박경희

 

△1974년 보령 출생. 2001년 ‘시안’ 신인상에 당선돼 작품 활동. 시집 ‘벚꽃 문신’, ‘그늘을 걷어내던 사람’ 등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