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안정 속 변화’ 기조 아래 ‘기술·현장·글로벌’을 키워드로 2025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올해 내내 ‘사업 리밸런싱’을 진행해온 SK그룹은 신규 임원 3분의 2를 사업과 연구개발(R&D), 생산 분야에 특화된 인물로 채웠다. 현재 집중하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T) 강화를 위한 조직도 신설했다.
SK그룹은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신규 임원은 총 75명이다. 이 중 33명이 SK하이닉스 임원으로, 70%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 기술 분야에서 발탁했다. 전체 신규 임원 수는 2023년 145명, 올해 82명과 비교해 줄었다.
이번 인사에서 신규 최고경영자(CEO)는 2명이다. SK케미칼, SK가스 등을 이끄는 중간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은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손 사장은 ‘전략·재무통’으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에서 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과 사업 고도화를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D램·낸드 기술력 제고를 위해 ‘개발총괄(CDO)’을 신설하고, 안현 NS(낸드·솔루션)커미티 담당을 사장으로 승진·선임했다. 안 사장은 미래기술연구원과 경영전략, 솔루션 개발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각 계열사는 기술·글로벌 인력도 보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에너지고등연구계획원(ARPA-E)에서 기후변화와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SK온은 조직 간 협업 컨트롤타워인 ‘운영총괄’ 임원에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SK그룹 내에서 다양한 사업 경험을 쌓은 신창호 SK㈜ PM부문장을 선임했다. 또 최고생산책임자(CPO)를 ‘제조총괄’로 명칭을 변경하고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에서 반도체 제조 경험과 역량을 쌓은 피승호 SK실트론 CSS 대표를 선임했다.
SK그룹의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 대관 총괄은 폴 딜레이니 부사장이 맡았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하다 지난 7월 합류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향후 글로벌 환경 변화에 맞춰 역할이 확대됐다.
조직개편은 AI와 DT 등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에 있는 AI·DT 태스크포스(TF)를 강화한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맡은 AI TF는 AI 추진단으로 확대하고, DT TF와 별개로 DT 추진팀을 신설한다.
SK텔레콤은 AI R&D센터를 새로 만들어 AI 기반 기술 영역에서 그룹 사업을 지원하고, ‘통신·AI’ 중심으로 7대 사업부 체계를 구축했다. SK하이닉스는 AI 시장을 지속 선도하기 위해 곽노정 CEO 아래 △AI 인프라(CMO) △미래기술연구원(CTO) △CDO(신설) △CPO(신설) △코퍼레이트 센터(Corporate Center) 5개 C레벨 체제를 갖췄다.
SK㈜에는 CEO 직속 ‘AI혁신’과 ‘성장지원’ 2개 조직을 신설해 성장동력 발굴을 지속한다. AI혁신 담당은 홍광표 수펙스추구협의회 DT TF 임원이 맡고, 성장지원 담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겸직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술·현장·글로벌 중심 인사로 사업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해 불확실한 경영환경 극복에 나설 계획”이라며 “연중 한발 앞선 수시 인사를 통해 빠른 조직 안정과 실행 중심의 기업문화 정착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