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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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 수상, 韓 역사·전통 관심 이끌 계기” [기획]

한혜민 한국외대 KFL대학원 교수

“韓 이해 높아질수록 언어 전달 수월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 늘어날수록
번역 수준 높아지고 분야 확대될 것”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화 저변을 넓힐 기회로 평가된다. 해외에선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를 이끌었던 대중문화 말고도 한국 문화나 역사에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 문학 밑바탕엔 역사와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런 관심은 우리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혜민(45·사진) 한국외국어대 KFL대학원 교수는 10월17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캠퍼스의 한 카페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한강 작가 수상 타이밍이 정말 좋다”며 “우리 역사와 문화, 전통 등에 대한 해외의 관심을 끌어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홍콩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판소리를 ‘떼창 문화’와 접목해 알려준 적이 있다”며 “상호작용이 풍부한 전통음악을 현재의 문화와 연결했을 때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한국 언어를 그대로 전하기는 쉬워진다. 한 교수는 “아리랑 노래에서 ‘십리’를 ‘10ri’로 표시할 때 문화의 힘이 강하면 독자 또는 청자들은 ri를 찾아보게 된다”며 “비빔밥 등 유명한 한식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문화를 알리는 데 통번역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대부분 대학교·대학원에 통번역 과정을 만들었다”며 “중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것이고, 그게 문화의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어 교육과 사상·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공자학원을 세계 곳곳에 세운 것과 같다.

한 교수는 “번역할 때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외국인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인과 외국인 한국어 번역가가 논의해 번역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돈(Ram-don)’으로 표현한 것처럼 로컬라이징(현지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이 늘어날수록 번역 수준이 높아지고 분야가 확대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교수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 앞으로 중요한 이유”라며 “한국어 교재 통일성과 세밀함을 높이면 나중에 외국인 번역가를 양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