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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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목 만점 2023년 1명→2024년 11명… “킬러 빼고 적정 난도 확보” [2025 수능 채점 결과]

6일 수험생에 성적표 배부

만점자 5년 만에 두 자릿수 기록
국어·수학, 2023년에 비해 크게 쉬워져
최고표점 139점·140점… 각 11점·8점↓
영어 1등급도 6.22%로 ‘평이’ 분석

N수생 등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 우려
“탐구영역 결과가 사실상 당락 좌우”

지난달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불수능’이라 불렸던 작년보다 국어·수학 난도가 크게 내려가면서 만점자가 5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년과 달리 비교적 적정 난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교육 당국도 “역대 어느 수능과 비교해도 난이도 관리가 잘됐다”고 자평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주요 과목인 국어·수학·영어보다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탐구 영역의 점수가 대입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왼쪽)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수능은 작년 수능보다 난도가 내려가 전반적으로 평이한 시험으로 평가됐다. 세종=연합뉴스

◆국·수·영 모두 ‘적정 난이도’ 평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5일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39점, 수학 140점으로 전년(국어 150점·수학 148점)보다 11점, 8점 떨어졌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만점자가 받는 최고점이 상승한다. 입시업계는 145점 이상은 어려운 ‘불수능’, 135점 이하는 쉬운 ‘물수능’으로 평가한다.

 

수학의 경우 이과·문과를 구분하던 가·나형 체제에서 벗어나 문·이과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 145점, 148점을 기록하는 등 계속 어렵게 나오는 추세였다. 이번 수능은 현 체제 도입 후 가장 쉬운 시험인 셈이지만, 작년 수능이 매우 어려웠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몇 년 만에 비교적 적정 난도의 시험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고점이 2023학년도 134점, 2024학년도 150점으로 난도가 널을 뛰었던 국어도 올해에는 136∼144점 사이의 적정 최고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절대평가인 영어도 1등급(90점 이상) 비율이 6.22%로, 적정비율로 불리는 ‘7%’와 비슷하게 형성돼 주요 과목인 국어·수학·영어 모두 적정 난이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는 너무 어렵거나 쉬워 난이도 실패 비판이 나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강태훈 2025학년도 수능 채점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6월과 9월 모의평가는 졸업생 참여가 적어 난이도를 측정하기 어려웠고, 다소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수능은 역대 어느 수능과 비교해도 난이도 관리가 잘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내년 수능도 올해 수능의 난이도에 준하는 정도로 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위권 N수생 많을 듯… 상위권 변별은 우려

 

상위권엔 쉬운 시험이었던 만큼 최상위권의 변별력은 예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능에서 수학 만점자는 1522명으로 지난해(612명)의 2.5배 수준이다. 국어 만점자는 1055명으로 작년(64명)의 16배까지 치솟으며 통합수능 도입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합수능 도입 후 1∼3명이던 전 영역 만점자도 이번엔 11명(재학생 4명, 졸업생 7명)으로 늘었다. 이는 2020학년도(15명) 이후 5년 만의 최대 규모다.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컷 점수의 격차는 국어 8점, 수학 9점으로 전년(국어 17점, 수학 15점)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1등급 1만8000명가량이 15∼17점의 점수 안에 몰려 있었다면 올해에는 비슷한 인원이 8∼9점 안에 밀집돼 있다는 의미다. 올해에는 특히 의대 모집인원이 전년보다 크게 늘면서 의대를 노리며 재도전한 최상위권 N수생이 많을 것으로 전망돼 상위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종로학원은 “국어와 수학 모두 지난해보다 변별력이 떨어져 의대 등 최상위권뿐만 아니라 상위권과 중위권 대학에서도 치열한 눈치작전이 불가피하다”며 “대학별 과목 가중치 등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교육 당국은 최상위권 변별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국어와 수학 만점자가 0.2∼0.3% 정도”라며 “올해 의대 정원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더라도 과목들을 조합하면 최상위권에서도 충분히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대 모집인원이 늘었다고 최상위권 변별에 집중하면 작년처럼 어려운 수능으로 가게 된다. 작년 수능은 최상위권 변별은 원활하게 이뤄졌을지 모르지만 재학생이 준비하기엔 대단히 어려운 시험이었다”며 “수험생들이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안심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 확보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입시업계는 평이한 국어·수학·영어와 달리 상대적으로 탐구영역이 어렵게 출제돼 탐구영역이 대학 당락을 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웨이는 “이번 수능은 국어·수학 영역 간 영향력의 차이나 유불리가 줄고 그 틈새를 어렵게 출제된 탐구영역이 들어가 변별 도구로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