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눔은 100m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경기입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40여년 동안 나눔을 실천한 70대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선행이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긴 세월 동안 소년소녀가장과 홀몸 노인에게 등록금과 생필품을 후원한 경북 칠곡군의 김기준(76)씨다.
6남2녀 중 장남인 김씨는 16세부터 철공소에서 일을 하다가 1976년 칠곡군청 공무원으로 입직했다. 1980년 우연히 한 소년소녀가장의 어려움을 접하면서 김씨의 나눔이 시작됐다. 김씨는 공무원을 퇴직한 2005년까지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월급의 30% 이상을 내어놓으며 담배까지 끊었다. 이렇게 모은 돈은 소년소녀가장의 등록금으로 기부했다.
김씨는 직장 동료와 아내로부터 몰래 낳은 자식을 돕는다는 오해까지 받았지만 한 해 최대 32가구의 소년소녀가장을 후원하기도 했다. 1998년 김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한 청년이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자 동료 공직자는 물론 지역 사회단체와 봉사단체의 동참을 끌어내기도 했다. 김씨는 대통령 표창과 자랑스러운 도민상에 이름을 올렸고, 좋은한국인 대상으로 받은 상금 500만원까지 기부했다.
김씨가 나눔을 마음 먹은 것은 “죽을 때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눠라”라는 할머니 유언 때문이다. 김씨는 퇴직과 함께 고정 소득이 사라지자 전업 농부로 변신해 땀과 정성으로 키운 농산물로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칠곡군 왜관읍의 김장나눔 봉사에는 김씨로부터 대학교 입학금을 받아 가난을 극복했던 40대 여성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선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씨는 35년 동안 마라톤을 하며 50회 이상 풀코스를 완주하고, 올해는 고령에도 하프코스를 2시7분에 완주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김씨는 “100㎞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처럼 100세까지 건강하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인생 최대의 소원”이라며 “눈 감는 날까지 나눔과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오늘 저녁에도 낙동강을 따라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