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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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0만弗 질주에도… 투자 묶인 국내 법인

투자자산 각광 받지만 규제에 갇혀

트럼프 효과… 국내선 1억4600만원 돌파
SEC위원장 친 가상자산 인사 발탁 영향
비트코인 시총 2조… 세계 7위 자산으로

기업은 실명계좌 인정 안돼 투자 ‘꽁꽁’
대안 떠오른 美 ETF도 국내선 거래 금지
일각 “경제적 측면 과소평가 부분 있다”
금융당국, 가상자산위 꾸려 논의 시작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만달러를 돌파했다. 시가총액도 2조달러를 넘어 세계에서 7번째로 투자 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기업을 비롯한 법인도 가상자산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일 가상자산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낮 12시 현재 10만3900달러에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같은 시간 최고가 1억4610만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의 최고치 경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폴 앳킨스를 지명했다는 소식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앳킨스는 2002∼2008년 SEC 위원을 지냈으며, 2017년부터 디지털상공회의소의 토큰 얼라이언스 공동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위기관리 컨설팅 업체인 ‘파토막 글로벌 파트너스’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친기업·가상자산 인사로 분류된다.

 

SEC는 조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는 대체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비트코인 시총은 전 세계 자산 중 7위로 올라섰다. 시총 순위 집계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총은 2조420억달러(약 2890조원)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2조1430억달러)에 이어 전 세계 7위를 달리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이 나날이 치솟은 덕분에 투자자산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규제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2021년 7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투자는 실명 인증을 마친 계좌에서만 할 수 있도록 바뀌었는데, 아직 법인은 실명계좌 인정이 되지 않는다. 올 초 미국에서 허용된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법인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금융당국은 이 역시 국내 거래를 금지했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당국의 결정에 공감하지만 가상자산은 단순히 투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금융과 자산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적 측면으로도 봐야 한다”며 “더불어 경제에 활기를 가져올 기회도 될 수 있는데 현재는 법인 거래가 막혀 방임되거나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가상자산 관련 ETF 상장과 각종 자산의 토큰화를 시도하는 블랙록 등 세계적인 운용사를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국과 소통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허가해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은 허용해줘야 세계 시장과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향적인 분위기는 감지된다. 국책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는 지난달 출범과 동시에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방안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다만 위원들 간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설명자료를 통해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 이슈는 추가적 논의를 거칠 예정이며 구체적인 제도 개선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관계 부처, 기관, 민간 전문가, 금융사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승진·조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