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천신만고 끝에 개막 후 연승 행진을 ‘12’로 늘렸다. 1,2라운드를 모두 승리해낸 흥국생명은 이제 구단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에 딱 1승이 남았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1,2세트를 내주고 3,4,5세트를 내리 따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세트 스코어 3-2(21-25 22-25 25-20 25-16 15-9)로 이겼다.
지난 10월19일 현대건설과의 시즌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12경기를 내리 이기며 개막 후 12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승점 2를 챙겨 승점 34(12승)로 2위 현대건설(승점 27, 9승3패)와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제 흥국생명은 구단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에 단 1승만 남겨뒀다. 흥국생명의 기존 단일 시즌 최다 연승은 2007~2008시즌에 기록한 13연승이다. 아울러 여자부 개막 최다 연승에도 4연승이 남았다. 이 부문 최고기록은 2022~2023시즌에 현대건설이 달성한 15연승이다.
1,2세트만 해도 흥국생명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공격에서는 투트쿠와 김연경의 좌우 양날개가 맹위를 떨쳤지만,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이 많이 나왔다. 올 시즌 흥국생명의 개막 후 연승행진을 지탱하는 숨은 무기는 끈질긴 수비였다. 상대의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수비로 상대 공격을 걷어올린 뒤 김연경과 투트쿠를 앞세운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는 게 흥국생명의 필승공식이다.
그러나 이날은 수비에서 평소보다 훨씬 떨어졌다. 1세트 디그 성공률이 66.67%(16/24)에 그친 데 이어 2세트에는 50%(8/16)까지 떨어졌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공도 연결이 잘 되지 않거나 선수들끼리 엉켜 받지 못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나왔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1,2세트에 천신통(중국)을 중심으로 팀원 전원이 공수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흥국생명은 올 시즌 처음으로 1,2세트를 모두 내주면서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
3세트 들어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반등했다. 그 중심엔 역시 ‘배구여제’ 김연경의 존재가 컸다. 팀 경기력이 부진한 와중에도 경기 내내 공격 성공률이 50~60%대를 오가던 김연경은 3세트에도 전위에 올라올 때면 굳건한 공격력으로 팀을 지탱해줬다.
세트 후반까지 1~2점차 초접전 양상으로 치러진 3세트. 18-17에서 빅토리아의 날카로운 공격을 김연경이 롤링 디그로 걷어올렸고, 이를 정윤주가 퀵오픈으로 연결시켰다. 자신의 대각에 서는 후배의 공격 성공에 김연경은 뛸 듯이 기뻐하며 격려했다.
이후에도 한 점씩 주고받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은 계속 됐다. 20점이 넘어가자 김연경이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하며 해결사로 등장했다. 퀵오픈 2개와 오픈 2개를 성공시키며 23-20을 만들었고, 당황한 IBK기업은행은 최정민의 속공 범실과 빅토리아의 공격 범실까지 나오면서 3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셧아웃 패배의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흥국생명은 4세트 초반부터 IBK기업은행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4세트 시작하자마자 정윤주가 3연속 공격 성공 등 5-1로 앞서나갔다. 8-5로 다소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선 김연경이 2연속 공격 성공으로 다시금 리드를 벌리는 등 안정적으로 점수 차를 유지한 끝에 25-16으로 4세트를 따내며 기어코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5세트에서 기선을 먼저 제압한 것은 IBK기업은행. 세트 초반 육서영의 공격이 불을 뿜으며 4-1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개막 11연승은 요행으로 해낸 게 아니었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단단한 경기력을 다시 회복한 흥국생명은 7-7 동점을 만든 뒤 빅토리아의 공격을 김연경이 블로킹해내면서 8-7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9-9에서 김연경의 퀵오픈과 투트쿠의 오픈 공격 성공, 상대 최정민의 공격 범실과 천신통의 오버넷 범실로 연속 4점을 몰아치며 13-9로 점수차를 벌려 승기를 잡았다. 이어 육서영의 오픈 공격 아웃으로 매치포인트에 도달한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12연승을 확정짓는 쳐내기를 성공시키면서 길었던 승부를 ‘리버스 스윕’으로 장식했다.
김연경이 무려 67.57%의 공격 성공률로 28점을 몰아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범실은 단 3개에 불과한 완전무결한 활약이었다. 투트쿠가 22점, 정윤주가 15점, 피치가 10점을 올리며 뒤를 받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