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이 미셸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바르니에 총리가 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자신과 정부 각료 전원의 사퇴서를 제출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바르니에 총리가 오늘 공화국 대통령에게 정부 사임서를 제출했으며 대통령은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바르니에 총리와 정부 구성원들은 새 정부가 임명될 때까지 현안을 책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 하원은 좌파 정당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과반인 331표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프랑스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해 대통령은 총리 임명권을, 의회는 정부 불신임권을 각각 보유하면서 견제한다.
올해 9월 출범한 바르니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야당과 갈등을 이어가다 끝내 총사퇴하게 됐다. 프랑스 의회가 정부를 끌어내린 건 1962년 샤를 드골 대통령 당시 조르주 퐁피두 총리 때 이후 62년 만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 정부의 사임을 수락한 뒤 이르면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후임 총리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프랑스 하원의 불신임이 국가 신용 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하원의 바르니에 정부 불신임과 관련해 “공공 재정 건전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정치적 교착 상태가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일간 르몽드가 보도했다.
무디스는 프랑스의 올해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6.3%로 예상해 프랑스 정부의 자체 전망보다 0.2%포인트 더 높게 잡았다. 이후에도 2025년 5.3%, 2026년 4.7%로 예상하며 “유럽연합(EU)의 한도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U 기준치는 GDP의 3% 이하다.
무디스는 “이번 (불신임) 투표는 프랑스의 분열된 정치 환경을 반영한다”며 “국가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연말까지 4주가 채 남지 않았고, 새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2025년 예산안이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S&P는 특히 바르니에 정부가 내놓은 증세 등 재정 적자 해소 조치들이 후임 정부 하에선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