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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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먹구름 잔뜩 끼었는데…점점 커지고 있는 대통령 ‘리스크’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경제에 리스크(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다 이 조치에 대해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인식을 고수하는 등 윤 대통령 스스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는 비상계엄이 신속히 해제된 데 따른 평가일 뿐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윤 대통령이 무리하게 자리를 지킬 경우 오히려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거취가 신속히 결정되는 게 한국 경제의 안정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비상계엄령을 발표하고 있다. YTN 뉴스 화면 캡처

6일 경제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당장 한국의 신용등급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정치적 위기가 제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가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시급한 사안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어 신용도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S&P 역시 “투자심리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경제, 금융, 재정 신용 지표가 받은 충격의 강도가 명확해지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들은 그간 주로 북한 등 안보 관련 불확실성을 한국의 주요 불확실성으로 꼽았는데, 이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의 수습 여부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국회 탄핵 표결이 예정된 가운데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이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중진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 한 것이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말했고, 한동훈 대표 체포와 관련해서는 “그랬다면 정치활동 명기한 포고령 위반이니 체포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발령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국회에 군대를 투입하는 등 내란죄와 계엄법 위반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귀를 닫고 있는 셈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왼쪽부터). 연합뉴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전날 국회에서 “솔직하게 말해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이런(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가능하지 않지 않았겠는가”라면서 “국회 권한을 막고자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야당의 지적을 받은 뒤 이 발언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 당시 자신의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도록 지시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다며 “신뢰할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히는 등 윤 대통령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치적 혼란을 방치하기엔 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내렸고,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씨티·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UBS·노무라·JP모건·바클리·HSBC)의 내년 한국의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낮은 1.8%로 하향 조정됐다. 그간 우리 경제는 수출이 견인하는 모습이었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내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줄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음식점 폐업수도 올해 10월까지 8만4000개로 나타나 전년 동기보다 6000개 늘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불확실성’인 만큼 하루빨리 정치적 혼란을 종식하는 게 한국 경제 안정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도자가 탄핵 위기에 놓여 있으면 정부는 마비될 수밖에 없고, 정책이 결정되기도 어렵다”면서 “대통령을 그대로 둔다는 건 산적해 있는 각종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