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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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목숨 잘 지켜”…계엄 당일 군인 아들과 대화 녹음한 아버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군대에 있는 아들과 연락한 아버지의 통화 내용이 공개돼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아버지는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녹음을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군인 아들을 둔 아버지 A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비상계엄 당일 군인 아들과 아버지 통화’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소개돼 빠르게 확산됐다. 

 

A씨는 비상계엄 발표 직후인 지난 3일 밤 아들 B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1시간여 동안 전화를 받지 않던 아들은 자정 무렵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B씨는 전방부대 소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당시 전방부대는 동원되지 않았지만, A씨는 전방부대도 계엄 상황에 투입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A씨가 “출동 명령 내려왔냐. 어떻게 됐냐”고 묻자 아들 B씨는 “10분 전쯤에 (비상)연락이 왔다”며 “출근 명령이 내려와 부대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아들 B씨에게 “너 왜 출근 명령이 내려왔는지 알아”라고 물었고, B씨는 “상황이 뭐에요? 지금 자다가 일어났다”며 되물었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캡처

A씨는 “비상계엄 내렸다. 잘 들어라. (북한) 도발 아니다. 대통령이 그냥 내린 것”이라며 “네 목숨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민간인을 공격하거나 살상하는 행위를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아들이 걱정됐던 A씨는 목이 잠긴 채 당부를 이어갔다. 그는 “소대원들 잘 지키고, 네 목숨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다”라며 “너는 계엄 때 군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지 않느냐. 무엇보다 네 목숨 잘 챙기고 절대 민간인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