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회동 이후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팎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야당 의원들은 ‘2차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우려하며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집결해 저지 시위를 벌였다.
소문의 진원지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로 보인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은 “의원총회장에 재석하지 않은 의원들께선 오후 2시까지 한 분도 빠짐 없이 입장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가 보좌진과 기자들에게 공유된 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하러 국회를 찾는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소문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회동 후 여당 의원들에게 현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수습대책 등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과 맞물리며 빠르게 확산했다.
일부 언론은 ‘윤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국회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회사무처는 윤 대통령이 방문하는 시각으로 알려진 오후 3시 이전부터 경력을 배치, 외부 방문객과 일반인의 경내 출입을 통제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린 예결위회의장이 있는 국회 본관 등엔 출입증을 갖고 있는 이들만 출입이 허가됐다. 국회어린이집 원아들을 조기 하원시키라는 공지도 나왔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의원들과 보좌진은 본관 2층 로텐더홀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서로 팔짱을 낀 채 3층 예결위회의장(제2회의실)으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았다. 야당 의원들은 피켓을 들고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여러 차례 외치기도 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나라를 짓밟고 내란을 일으킨 내란수괴가, 국회를 침탈한 윤 대통령이 어떻게 국회로 들어올 수 있나”라며 “당장 윤 대통령을 체포해서 탄핵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설을 공식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선 오늘 국회 방문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국회에 오려다 일정을 취소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별다른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긴급 담화를 내면서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 연락받은 바가 없다”며 “윤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를 유보해주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담화에선 2차 계엄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제2의 비상계엄은 있을 수 없고 용납되지 않는다”며 “만에 하나 또 한 번 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오판이 있다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은 모든 걸 걸고 이를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군경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헌법을 충실하게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오후 본관 앞편 잔디광장과 뒤편 운동장에 버스 등 차량을 배치했다. 헬기의 국회 경내 착륙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 안으로 진입했던 것과 같은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