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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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尹 대통령 탄핵 논의 급물살··· 국정혼란 최소화에 힘 모아야

“尹,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 필요” 韓 입장 선회로 정국 흐름 변화
“탄핵찬성” 與 의원 점차 늘어나… 향후 두세 달이 나라 운명 결정

헌정 사상 세 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는 오늘 오후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선다. 그제까지만 해도 탄핵소추안 가결의 키를 쥔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부결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가 어제 사실상 탄핵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며 탄핵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여당에서 중대 변화 조짐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하는 등 탄핵안 가결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져 가는 형국이다.

 

한 대표는 어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주요 정치인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한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이번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 대표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언도 나왔다. 탄핵 정국의 주요 변곡점이 될 정도로 결정적인 것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주장이다. 홍 차장은 어제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방첩사령부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도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증언들은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안을 놓고 고심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6선의 조경태 의원이 어제 탄핵찬성 입장을 밝혔고, 4선의 안철수 의원도 “7일까지 윤 대통령 퇴진 계획을 안 밝히면 탄핵 찬성”이라고 밝혔다. 그제 초·재선 5명은 윤 대통령에게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했다. 여당에서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점이 변수지만, 20여명으로 추산되는 친한계에서 8명 이상 찬성한다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윤 대통령은 어제 오후 한 대표에게 독대를 요청해 정국 상황을 논의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면담한 한 대표는 “대통령으로부터 (업무정지)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이 자초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김건희 여사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대한 직접 탄핵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며 국가적 혼란을 자초해 상황이 급반전했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로 국민은 엄청난 충격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도 윤 대통령은 며칠째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민심을 더 악화시켰다. 국정 지지율 추락은 불가피했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6%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반영된 4∼5일에는 13%에 그쳤다.

 

여야 의원들은 역사에 책임진다는 자세로 표결에 임해야 한다. 탄핵안의 가결 또는 부결과 상관없이 정치권은 물론 한국 사회 전체가 대격랑 속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국회에서 탄핵안이 처리된다면 헌법재판소 결론까지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내치·외교·안보를 총괄하게 된다. 탄핵안이 부결된다 하더라도 야당은 계속 시도할 것이 확실해 극도의 혼란은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경제와 안보 등 국정이 탄핵 사태로 주저앉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국가적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앞으로 두세 달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