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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더디게 오는 부산 바다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흰여울마을·감천마을·자갈치시장·송도해수욕장 등 서부산 여행 인기/송도 거북섬 구름산책로· 해상케이블카·용궁구름다리 아찔/전 객실 바다 조망 서부산 첫 5성급 호텔 윈덤 그랜드 부산 오픈/뷔페 레스토랑 ‘더 브릿지’ 즐기며 호캉스

송도구름산책로 바다.

 

12월 바다를 걷는다. 겨울이지만 내리쬐는 햇빛은 눈부시게 찬란하고 귓불을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은 사랑하는 이의 품처럼 포근하다. 겨울이 아주 더디게 오는 남도의 바다이기에. 사랑하는 연인의 애틋한 사연이 전설이 돼 흐르는 부산 송도 거북섬. 아주 작은 섬 지나 바다 위로 아찔하게 뻗은 송도구름산책로를 끝까지 걸어 전망대에 서자 배들도 쉬어가는 남항의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동화처럼 펼쳐진다.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서부산 여행 핫플레이스 송도 가보셨나요

 부산 여행하면 가장 먼저 해운대를 떠올린다. 외국 여행자들도 즐겨 찾는 아름다운 해변과 마천루처럼 하늘로 솟은 고층건물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이국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변열차까지 더해지면서 해운대는 부산 여행의 1순위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부산 서구, 중구, 영도구, 사하구를 중심으로 한 서부산 여행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예쁜 바다가 펼쳐지는 달동네에 예쁜 카페가 몰려 있는 흰여울마을을 시작으로 서민의 애환이 녹아 있는 자갈치시장, 한국의 산토리니 감천마을을 지나 부산 바다를 하늘에서 즐기는 송도해상케이블까지 당일치기로 즐길 수 있어서다.

송도구름산책로.
송도 거북섬 전설 조형물.

 가장 인기 있는 송도해변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부산역에서 송도해변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 자갈치역까지 세 정류장, 불과 5분 거리여서 KTX를 이용하는 것이 아주 편리하다. 김해공항에서는 송도해변까지 차로 30분, 자갈치역까지는 약 50분 걸린다. 해상케이블카가 출발하는 송도베이스테이션을 지나자 야트막한 거북섬이 쪽빛 바다에 송도구름산책로를 양팔처럼 활짝 펼쳐 여행자를 맞는다. 용왕의 딸과 어부의 애틋한 사연이 전해진다. 먼 옛날 송도에 살던 어부가 고기잡이 도중 풍랑을 만나 용굴에 피신했는데 바다괴물과 싸우다 부상당한 여인을 발견, 온갖 약초를 캐어 지극정성으로 치료했다.

용왕 딸.
어부.

 그 여인은 바로 용왕의 공주로 둘은 금세 사랑에 빠졌고 공주는 온전한 사람이 되려고 천일기도에 들어간다. 마지막 날 둘의 사랑을 시기한 바다괴물이 기도를 방해하는 바람에 공주는 ‘반인반룡’이 됐고 어부는 바다괴물과 싸우다 그만 죽고 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용왕이 어부를 거북바위로 만들어 공주와 영원히 살도록 했다. 또 거북섬을 찾는 이들에게 장수복과 재물복을 선물하고 사랑하는 남녀가 오면 사랑이 이뤄지도록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거북섬에는 어부와 공주가 애틋한 표정으로 서로 마주 선 조형물이 세워져 못다 한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송도구름산책로.

 

 

송도구름산책로.

구멍이 숭숭 뚫린 구름산책로를 걷는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벌써 12월로 들어섰지만 남도 바다는 아직 가을을 놓아줄 생각이 없나 보다. 맞은편 영도 산자락은 이제야 단풍으로 조금씩 물들어가는 모습이다. 포근한 바람을 즐기며 산책로를 끝까지 걸어 전망대에 서면 수십척의 중대형 선박이 둥둥 떠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부산항에 들어오는 화물선, 원양어선, 선박수리나 급유를 위해 찾는 선박들이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무는 부산 남항 외항의 묘박지(錨泊地)로 하루 평균 70∼80척이 이곳을 찾는다.

케이블카에서 본 송도구름산책로..

 

송도해수욕장.

◆해상케이블카 타고 아찔하게 즐겨볼까

 발길을 돌려 케이블카에 오른다. 덜컹거리며 출발한 케이블카는 빠르게 고도를 높이며 날아올라 구름산책로를 발아래 펼쳐 보인다. 하늘에서 보니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는 산책로는 걸을 때보다 훨씬 아찔하다. 서쪽으로 송도해변 모래사장도 곱게 펼쳐진다. 1920년대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해수욕장으로 한때 제주도와 함께 신혼여행 1순위로 꼽히던 곳이다.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모래 유실 등으로 쇠락하던 송도해변은 2000년부터 5년 동안의 복원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ㅋㅔ

송도구름산책로 전경.
용궁구름다리.

 

케이블카는 오르락내리락을 몇 차례 반복하더니 안남공원과 동섬을 연결하는 용궁 구름다리의 신비로운 풍경을 맘껏 꺼내 놓는다. 송도해변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 구간을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최대 높이 86m로 날기 때문에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를 짜릿하게 즐길 수 있다. 8인승 캐빈 39기가 운행되며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을 이용하면 스릴을 만끽하게 된다.

송도스카이파크 정류장 옥상정원.
소원의 용.

 안남공원 송도스카이파크 정류장 옥상정원에 올라서면 다양한 조형물로 꾸민 포토존을 만난다. 날이 맑아 갑진년 푸른 용으로 꾸민 포토존 너머로 일본 대마도까지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 장관이다. 1층 용궁 구름다리로 안내하는 산책로 입구에 설치된 ‘소원의 용’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송도 바다를 지키는 용의 전설을 테마로 꾸몄는데 길이 23.7m, 높이 5.5m의 용이 황금 여의주를 물고 꿈틀대며 승천하는 듯, 매우 역동적이다. 몸통에 뚫린 구멍 1만754개에는 황금빛 비늘이 주렁주렁 달렸고 비늘마다 다양한 소원이 빼곡하게 담겼다. 용 비늘에 소원을 적어 기원하면 용왕이 한 가지는 꼭 들어준다니 작고 소박한 소원 하나 꾹꾹 눌러 담아본다.

용궁구름다리.
안남공원 절벽.

 소원의 용을 지나 용궁 구름다리에 섰다. 구멍이 숭숭 뚫린 발판 밑으로 어마어마한 찬바람이 불어와 갑자기 겨울왕국으로 들어선 것 같다. 따뜻한 날씨에 방심했다가는 낭패를 당하니 겨울에 방문한다면 완전무장이 필수다. 동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아찔한 철제 난간이 설치돼 강심장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을숙도 갈대.

 

을숙도 갈대.

안남공원에는 여행자들이 잘 모르는 비경이 있는데 바로 두도 전망대다. 다소 힘든 숲길을 꼬박 한 시간을 걸어야 하기에 찾는 이가 많지 않다. 대신 호젓하게 머리를 식히며 걷기 좋다. 출렁다리와 동백나무길 전망대를 지나 타임슬립길 전망대에 서면 용궁 구름다리가 걸쳐 있는 깎아지른 절벽을 만난다. 붉은 암석과 하얀 암석이 차곡차곡 쌓인 약 1억년 전 퇴적암으로 자연이 빚은 위대한 풍경에 감탄이 쏟아진다. 여유가 있다면 차로 30분 거리인 사하구 을숙도도 추천한다. 매년 약 170종 13만마리가 찾아오는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편안하게 셔틀버스를 타고 갈대밭이 광활하게 펼쳐진 생태공원을 둘러보며 자연을 만끽하기 좋다.

윈덤 그랜드 부산 객실.
객실 바다뷰.

◆서부산 최초 5성급 호텔서 즐기는 여유

서부산에는 그동안 5성급 호텔이 전무했는데 지난해 드디어 윈덤 그랜드 부산이 오픈했다. 덕분에 느긋한 호캉스를 즐기며 주변 여행지를 함께 둘러보기 좋다. 특히 해상케이블카, 송도해변과 걸어서 불과 5분 거리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특히 24개 스위트룸을 포함, 271개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즐길 수 있어 ‘뷰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객실로 들어서자 커다란 통창으로 영도를 연결하는 남항대교와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프리미엄 패밀리 객실은 욕실에서 통창을 통해 바다를 즐길 수 있어 반신욕을 즐기며 피로를 풀기 좋아 보인다.

윈덤 그랜드 부산 뷔페 더 브릿지 샐러드.
윈덤 그랜드 부산 뷔페 더 브릿지 쌀국수.
윈덤 그랜드 부산 뷔페 더 브릿지 딤섬.

윈덤 그랜드 부산은 무엇보다 먹거리가 강점으로 뷔페 레스토랑 더 브릿지가 인기다. 베트남 쌀국수를 꼭 먹어봐야한다. 소고기 양지로 우려낸 깊은 국물맛이 일품으로 숙주나물과 청경채를 듬뿍 넣고 고수를 적당하게 얹은 뒤 시치미를 솔솔 뿌려 먹으면 순식간에 한그릇이 비어진다. 숙취를 단숨에 날리는 최고의 해장국으로 안성맞춤이다. 얇은 피를 입은 딤섬은 쫄깃쫄깃하면서 육즙이 촉촉하게 배어 나와 입이 호강한다. 각국의 미식을 선보이는 더 브릿지는 따뜻한 기후와 청량함이 떠오르는 지중해 요리를 시작으로 직화 그릴의 BBQ, 정갈하게 준비되는 한식, 클래식한 중식과 대표적인 미식인 베이징덕, 신선한 스시와 사시미, 다양한 종류의 콜드컷과 입안을 즐겁게 하는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모임을 위한 프라이빗 룸 2개(24인석·16인석)도 마련돼 있다.

더 브릿지.
온 더 클라우드 그릴&바.

정통 오마카세 레스토랑 스시 우미에서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오션뷰와 매일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내놓는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모임을 위하여 8인석 룸 2개를 갖췄다. 주당들은 호텔 최고층인 온 더 클라우드 그릴&바에서 부담없이 가성비가 뛰어난 ‘이브닝 리셉션’을 즐길 수 있다. 맥주, 와인, 시그니처 칵테일이 무제한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안주로 페어링할 수 있는 다채로운 핫&콜드 메뉴도 매일 새롭게 준비된다. 월~목요일 오후 6~8시 두시간동안 황홀한 바다 야경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리셉션(1인 4만5000원)은 투숙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스시 우미.

 

수영장.

또 더 델리, 더 카페, 그랜드볼룸을 포함한 다양한 규모의 7개의 미팅룸, 피트니스, 사우나, 수영장 및 바다 전망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도 갖췄다. 윈덤 호텔 앤 리조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글로벌 호텔 그룹으로 25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95개국에 9200개가 넘는 호텔을 거느리고 있다. 6개 등급으로 구분되는 윈덤 그랜드는 이중 가장 높은 디스팅티브 등급에 속해 있다. 


부산=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