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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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경찰 “대통령 지시 거부하겠다”

12·3 계엄사태 진상이 관련자 진술로 드러나는 가운데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 형국이다. 국방부와 육군특수전사령부가 대통령의 ‘제2 비상계엄’ 발령시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국방부는 김용현 전 장관과 함께 이번 12·3 계엄 사태에 적극적으로 움직인 수도방위사령관과 특수전사령관, 국군방첩사령관을 직무 정지시키고 분리파견 조치했다. 대통령실과 협의 없이 인사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비상계엄 선포 불법성과 관련해 검찰, 경찰,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수사 당국이 경쟁적으로 수사본부를 차리고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윤 대통령과 김 전장관 등에 대한 강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진급자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뉴시스

김선호 국방부 차관(국방장관 직무대행)은 6일 “(2차) 계엄 발령에 관한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오후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비상계엄 관련 국방부 입장’을 통해 “오늘 오전 일각에서 제기된 ‘2차 계엄 정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군 검찰 인원도 파견해 합동수사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부 사령관도 윤 대통령의 제2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에 대해 “그런 지시가 있더라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비상계엄 지시가 있더라도) 그와 같은 지시는 제가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특전사 소속 군인 수백명을 투입했다.

 

윤 대통령은 수사 대상에도 올랐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특수본을 구성하면서,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 임명했다. 특수본은 기존 수사체계 내에서 구성된 별도의 태스크포스(TF) 팀으로, 특정한 목적의 수사를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특수본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초동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6일 12·3 비상계엄 사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박세현 서울고검장이 특별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뉴스1

대검찰청은 “이번 비상계엄 관련 사건에 대해서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도 이날 공지를 통해 120여명의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안보수사단장인 송영호 국수본 안보수사심의관(경무관)이 수사를 총괄하기로 했다. 내란죄 수사는 경찰 소관이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앞서 안보수사단은 지난 5일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공수처도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는 없어 직권남용 혐의를 먼저 수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수사요구안을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즉시 가동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