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딥페이크 조력자→검열 피난처…계엄 사태에 재조명 받는 텔레그램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일 텔레그램 앱 설치량 추정치가 나왔다. 평시 대비 약 4.5배 늘었고 당일 앱 이용자 수도 전일 대비 10% 이상 늘었다. 긴급 대국민 담화 발표시각이 오후 10시 이후인 점을 고려하면 선포 다음 날 텔레그램 앱 설치 수도 증가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일 텔레그램 앱 설치 건수는 4만576건이다. 전일(9016건) 대비 4.5배 증가했다. 이날 이용자 수는 152만3970명으로 전일 대비 11.6% 늘었다.

 

이러한 증가에는 비상계엄 선포 사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23분께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계엄사령부는 같은 날 오후 11시 포고령 제1호를 발표했다.

 

포고령에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는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계엄령 선포로 통신 차단, 상시 감청이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국민이 카카오톡 등 국산 메신저를 갑자기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체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은 종단 간 암호화 기술 기반 비밀 대화 서비스를 운영한다.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은 송신자 기기(스마트폰 등)에서 메시지가 즉시 암호화되고 서버를 거쳐 수신자 기기에 도착하면 이때 복호화되는 기술이다. 메시지 송신과 수신까지 이어지는 경로(서버)를 수색해도 해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은 카카오톡 '비밀 채팅', 라인 '레터 실링'에도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 네이버와 달리 텔레그램은 해외 기업이라 국내 수사당국의 서버 압수수색에도 자유롭다. 정부기관에 사이버 검열에 자유롭다는 인식에 2014년 국산 메신저 사찰 논란 때도 카카오톡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이러한 점 때문에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물 주요 유통 창구로 작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가 불법 콘텐츠 대응을 위해 텔레그램에 협조 요청했을 때도 장기간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텔레그램은 여론으로부터 '범죄 조력자'로 낙인찍혔다.

 

그런데도 일부 국민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텔레그램을 찾았다. 일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엑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비상계엄에 따른 정보통신서비스 검열 우려로 텔레그램을 설치하자는 글들이 게재됐다. 한 네티즌은 "텔레그램에 가입한 지인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계엄령 선포가 늦은 오후였던 점을 고려하면 4일 새벽에 텔레그램을 설치한 이용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텔레그램 앱은 애플 앱마켓 '앱스토어'에서 3일 전체 앱 순위(무료 앱 기준) 70위를 기록하다 4일 4위까지 올랐다. 구글 앱마켓 '구글 플레이'에서는 3일 79위에서 다음 날 70위로 올랐고 5일 45위, 6일 22위로 치솟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 인도 정부의 민간 통신망 폐쇄, SNS 접근 제한 등 해외 사례도 있었던 만큼 통신 차단에 대해 불안한 국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