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전격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이 나흘 만인 7일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한 데 대해 시민들은 여전히 제2의 비상계엄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날 담화를 실시간으로 시청한 시민들은 이렇게 사과할 계엄을 왜 선포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2차 계엄은 없다는 말도 믿을 수 없다거나,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으려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생중계로 진행된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계엄선포와 관련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3일과 4일 있었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대국민담화 이후 첫 공식적 입장 발표였던 만큼 많은 시민들은 생중계된 이번 담화에 집중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이 비롯됐다"는 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엄선포 이유가 납득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보통신업계에서 일하는 정모(30·경기 수원)씨는 "대국민담화에서 사과할 거면 계엄은 왜 선포했는지, 더 당위성이 없어졌다"며 "계엄선포 다음날 동생이 출국 날이었는데, 늦은 밤 갑자기 계엄이 선포돼 무서움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이모(36·경기 화성)씨도 "이렇게 사과하게 될 걸 그런 방법밖에 없었는지, 이런 파장이나 역사적 후폭풍이 있을 걸 예상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며 "어쨌든 잘못된 방법이다. 대외적으로도 국가가 잃은 실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거나,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모(27·서울 영등포구)씨는 "어제도 윤 대통령이 국회에 오는지 마는지로 혼란스러웠는데 그런 말이 전혀 안 믿긴다"며 "완전히 신뢰를 잃어 모든 말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19·서울 영등포구)씨도 "윤 대통령의 선언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을 다시 선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모(30·서울 중구)씨는 "사과까지 한 마당에 상식이 있다면 2차 계엄은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무엇보다 이미 국민들이 막후의 이야기를 알아버렸고 정부 내에서도 계엄에 동의하지 않는 이가 다수라 이를 실행해 줄 사람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윤 대통령이 회피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법적·정치적 책임'에 대해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씨는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은 결국 법의 판단을 받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이건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며 "탄핵이나 법적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정치적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당연한 말을 대단한 결심인양 발표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며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없어 진정한 사과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일하는 최모(62)씨도 "대국민담화에서 최소 거취에 대한 이야기는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당연한 얘기로 2분 만에 대국민담화가 끝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는 담화 발표 이후 사흘간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침묵해 왔다.
국민의힘은 6일 의원총회를 통해 대통령의 사과와 계엄에 관한 설명 등을 요청했고, 이에 윤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표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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