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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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되는데…줄잇는 불복 소송

내년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외국계 금융사들의 제재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 조치에 대한 불복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금까지 1심 소송 3건 중 2건은 당국이 패소했다. 금융당국이 '대규모·관행적' 불법 공매도 혐의가 있다고 첫 적발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련 소송 결과도 이르면 2분기 이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행정법원에서 BNP파리바증권이 증권선물위원회에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청구와 관련해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내년 2월28일 속행하기로 해, 빨라도 2분기 후에야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BNP파리바증권은 HSBC홍콩과 함께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글로벌 IB의 대규모·관행적 불법 공매도 혐의를 적발한 회사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두 IB에 총 265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종전 최고였던 ESK자산운용(약 38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조치다. BNP파리바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83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두 IB가 단순히 착오, 실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종합금융서비스(PBS) 업무를 하는 글로벌 IB가 장기간,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관행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2개사를 시작으로 금융당국은 총 14개 IB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역대 최대 과징금도 갈아치우고 있다.

 

증선위는 지난 7월 구 크레디트스위스(지난해 UBS에 합병)그룹 소속 2개 계열사에 과징금 총 271억7300만원을 부과했다. 옛 크레디트스위스 AG(현 UBS AG)에는 169억4390만원, 크레디트스위스 싱가포르(CSSL)에는 102억2910만원을 부과했다.

 

증선위에서 논의 중인 바클레이스와 씨티에 대해선 도합 최대 900억원대 과징금이 거론되고 있다.

 

과거에는 불법공매도에 대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었지만 2021년 4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주문금액의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가 강화됐다.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 또는 손실회피액 3~5배에 달하는 벌금도 가능해졌다.

 

이에 역대 최대 과징금 소식과 동시에 제재에 불복하는 행정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3월 불법 공매도로 38억7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ESK자산운용은 그해 불복소송을 제기, 지난달 8일 1심 소송에서 이겼다.

 

증선위는 ESK자산운용이 2021년 에코프로HN 주식 21만744주를 보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 무차입 공매도 제한 규제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징금 처분은 적절하다고 보면서도 금액 산정 방식에 재량권을 벗어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과징금을 전부 취소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 8월엔 외국계 금융사 케플러쉐브레가 승소, 증선위가 항소했다. 증선위는 케플러가 보유하지 않은 SK하이닉스 주식 4만1919주를 보유하지 않고 매도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10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역시 재판부는 불법 공매도 발생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주문금액에 따른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전부 취소하라 판결했다.

 

증선위의 과징금 처분이 합당하다며 승소한 건도 있다. 불법 공매도로 지난해 7월 약 3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퀀트인자산운용은 공매도 위반 동기가 단순 착오였으며 매도 후 재매수하는 등 자체적인 시정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매도는 주문을 낸 순간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위반행위가 성립하기 때문에 시정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또 실수나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대규모 공매도 주문 자체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는 내년 더 강화된다. 지난 9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 3월부터 불법 공매도 벌금형은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된다. 부당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해진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