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우완 선발 최원태(27)를 영입했다. 이제 관심은 최원태의 원 소속팀인 LG로 향할 보상선수에 관심이 쏠린다. 과연 삼성이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이자 팀 레전드인 ‘끝판대장’ 오승환(42)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할지, 제외된다면 LG가 오승환을 데려올지도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 6일 최원태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조건은 계약기간 4년, 계약금 25억원, 4년간 연봉 합계 34억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12억원 등 4년 최대 총액 70억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불펜 보강을 최우선 순위로 뒀던 삼성은 김원중(4년 총액 54억원 롯데 잔류), 장현식(4년 총액 LG 이적)의 영입전에서 연이어 물을 먹었다. 노경은(2+1년 최대 25억원 SSG 잔류)도 영입하려다가 실패한 삼성은 방향을 선발투수 보강으로 틀었다.
최원태는 통산 217경기 78승58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한 준수한 선발요원이지만, 최근 5년간 10승을 거둔 적도 없고, 150이닝 이상을 책임진 적도 없다. 2점대 혹은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도 기록한 적 없는 투수다. 팀에 있으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4~5선발급 선수지만, 팀 전력을 단숨에 업그레이드시켜줄 수는 없는 투수다.
게다가 포스트시즌만 되면 약해지는 투수다. 가을야구 통산 17경기 25이닝을 던져 2패 1세이브 3홀드 6피홈런 31자책점 ERA 11.16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단 1승도 없다. LG 소속으로 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0.1이닝 만에 4실점하며 조기강판했다.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준플레이오프 2.2이닝 3실점(2자책), 플레이오프 3이닝 5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런 점들 때문에 원 소속팀 LG는 단 한차례만 만난 뒤 협상 테이블을 접었다. LG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최원태에 대한 영입 의사는 거의 없었다. 같은 드래프트 동기인 엄상백이 한화로 FA 이적하면서 4년 최대 78억원을 받는 것을 지켜본 최원태측이 그 이상의 조건을 불러댔기 때문이다. 사실상 삼성은 최원태와 단독 협상에 임하면서 협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음에도 4년 총액 70억원의 거액을 주면서 그를 품었다. 수요와 공급 법칙을 한참이나 벗어난 이상한 행보다.
이제 최원태를 영입한 반대급부를 내줘야 하는 차례다. 삼성은 FA A등급인 최원태를 영입했기 때문에 보호선수 20인 외의 보상선수 1명과 최원태의 전년도 연봉(4억원)의 200%인 8억원을 내줘야 한다. 보호선수 20인에 투타 핵심들을 포함시키다보면 결국 주전급 야수와 투수들이 풀릴 수밖에 없다. 삼성은 주전 선수까지 내주면서까지 최원태를 영입한 모양새다.
이제 관심은 삼성의 보호선수 20인에 누가 포함되고, 누가 빠지냐에 쏠린다. 현재 전력과 미래 유망주들을 묶다보면 자연스레 베테랑 선수들을 포함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팀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오승환을 보호선수 20인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팬들의 관심이 크다.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기록한 명실상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다.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이후 KBO리그에서만 14시즌을 뛰며 427세이브를 거뒀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2년(2014~2015년)을 뛰며 80세이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4년(2016~2019)을 뛰며 42세이브를 거뒀다.
그러나 1982년생으로 마흔을 훌쩍 넘긴 오승환도 세월의 흐름을 비켜갈 순 없었다. 올 시즌 오승환은 58경기 55이닝을 소화하며 3승 9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4.91의 성적을 올렸다. 피안타율은 무려 0.321,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69에 달했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세이브 부문 선두를 달리며 선전했지만, 전반기에 지나치게 많은 경기에 나오면서 체력이 떨어져 후반기에 평균자책점 7.41로 무너진 게 컸다. 결국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제외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는 현재 삼성이 오승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징성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제외하면 삼성은 보호 선수 명단에서 오승환을 제외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만 팬들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 때 SSG는 보호선수 40인 명단에 김강민을 제외했고, 한화가 김강민을 지명했다. 이에 성난 SSG팬들은 구단에 근조화환을 보내는 등의 불만을 폭발시켰고, 결국 김성용 전 단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또 하나. 과연 삼성이 보호선수 20인 명단에 오승환을 포함시키지 않았을 때 LG가 지명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LG 역시 이번겨울의 화두는 불펜 보강이다. 장현식에게 계약 기간 4년에 옵션 없이 52억원을 풀보장하면서 데려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마무리 유영찬이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 3개월이 예상되는 상황. 시즌 개막에 맞춰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승환 영입은 불펜 보강 효과는 물론 경쟁팀 삼성의 상징 선수를 빼는 효과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