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대만은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타 선전하면서 양국 증시가 완전히 엇갈린 모양새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한국과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차이가 1조달러 가까이 벌어졌다고 소개하며 앞으로 한국 증시가 더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의 증시 시총은 한국보다 9500억달러(약 1352조원) 많다. 대만 주요 주가지수인 자취안지수는 올해 들어 30% 가까이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올해 8.5%가량 하락해 주요국 지수 가운데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계엄 여파로 코스피가 4∼6일 2.8% 급락했을 때도 자취안지수는 0.7%나 오르며 격차가 더 벌어졌다.
대만은 전체 시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TSMC 주가가 올해 들어 79.6% 오르며 증시를 주도한 반면 국내 시총 1위의 삼성전자 주가는 31% 떨어졌다.
대만은 TSMC 이외 기업들도 AI 분야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는 사실상 눈에 띄는 기업이 없다는 점도 대조적이다.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버먼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의 AI 서버 시장 등을 감안하면 대만은 공급망에 강하게 관여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 새로운 호황 환경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만큼 강력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우리나라와 대만의 분위기가 엇갈린다. 한국은행은 최근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1.9%로 내려 잡았다.
반면 대만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9%에서 4.27%, 내년 전망치는 3.26%에서 3.29%로 올려 잡았다.
환율 움직임도 강달러 기조 속에서도 대만 달러는 올해 들어 미국 달러 가치 대비 5%가량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한국 원화는 9%나 하락한 상황이다.
한편 민간에서는 내년 한국 경제가 1.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발간한 ‘한국경제 수정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1.7%로 제시했다. 지난 9월보다 0.5%포인트 내려 잡은 것이다.
보고서는 “내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정도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성장 친화적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단기 경기부양책 도입 등을 통해 성장 경로 이탈을 막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