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8일 전날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무산에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2선 후퇴를 시사했지만 헌법에 명시된 법적 권한을 지닌 윤 대통령이 사실상 업무를 중단하면서 국정컨트롤타워 기능이 마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탄핵소추안 폐기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통상 이어오던 윤 대통령에 대한 일정 공지도 중단했다. 그동안은 공식 일정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일정 없음’을 통보해 왔지만 전날부터는 이를 알리지 않고 있다.
특히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매주 일요일 오후 열리던 수석비서관 회의(실수비)도 열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9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매주 월요일 오찬으로 진행됐던 주례회동도 취소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매주 월요일 오전 열리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대수비)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한남동 관저로 돌아가나 뒤 이날까지 별도의 외부 일정 없이 핵심 참모들과 소통하며 칩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동안 정부의 주요정책을 지휘했던 대통령실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정 공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헌법상 권한인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권한, 법률안 거부권, 국민투표 부의권, 외교사절 접수권, 공무원 임면권, 행정입법권, 헌법기관의 임명권 등이 있다. 이는 탄핵이나 대통령 궐위·사망·판결·기타 사유로 자격 상실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이양할 수 없는 헌법적 권한들이다.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 직원들도 그동안 해왔던 업무를 사실상 중단하고 사태의 추이만 지켜보는 부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정 과제로 추진했던 4대 개혁이나 양극화 해소 등 정부 부처와 손을 맞춰 진행해야 할 주요 업무들의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요 부처 장관들은 앞서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12·3 심야 국무회의에 참석하면서 향후 국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어려워졌다.
비상계엄과 관련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대통령실도 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일부 직원들이 텔레그램 등 메신저 프로그램을 탈퇴하고 재가입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요일인 이날도 평소 주요부서 직원들은 오후에 출근해 업무를 봐왔지만 이날은 평소 주말보다 출근 인원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