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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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정전협정 위반’ 지시 정황…“평양에 무인기 보낸 것 맞다” 제보 [비상계엄 후폭풍]

軍 관계자 “대북 위기 고조 목적”
오물 풍선 ‘원점 타격’ 지시설도
전문가 “국제사법재판소 갈 문제”
합참선 “타격 지시 없었다” 밝혀

10월 발생한 ‘평양 무인기’ 사건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와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기획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만약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우리 정부가 정전협정을 위반한 셈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8일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회 소속 박범계 의원과 이상협 국방전문위원 등에 따르면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으로 보내진 것이 맞다는 사실을 군 내부 관계자들이 확인했다. 대북 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목적으로 기획했다는 내부 제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북한에서 쓰레기 풍선이 내려왔을 때 김 전 장관이 사격을 지시했으나 김명수 합참의장이 따르지 않자 “합참에 가서 왜 사격을 하지 않느냐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이기헌 의원은 “쓰레기 풍선이 오면 경고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는 지시도 했다는 제보를 군 고위관계자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 전 장관 취임 직후부터 계엄을 시도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에선 의미심장한 보도가 쏟아졌다. 10월11일엔 대남메시지 창구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나 국방성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외무성이 ‘중대발표’를 하며 “국제법 위반”을 강조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거엔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서 정전협정 위반 문제를 일일이 문제시하지 않으면서 관리한 측면이 있지만, 두 국가를 선언한 이상 타국 침해 문제로 규정하고 국제사법재판소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정전협정 위반은 접경지 주민 삶에 불안을 주는 것은 물론, 휴전 이래 수차 정전협정을 위반해 온 북한과 다름없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국가 위신이 걸려 있다. 위반이 반복, 누적되면 정전협정의 모범적 유지를 강조하는 유엔사나 미군에 한국 군사 당국이 돌발행동을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김 교수는 “제대로 된 대북 위협 판단→대비→실행이 이어져야 하는데 판단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판단을 주면 안보피로감이 생겨 위험하다”고 했다. 합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합참은 ‘원점을 타격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