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9월23일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미 유력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수여하는 ‘2024 세계 시민 상(Global Citizen Award)’을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미처 예상치 못한 인물이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다. 외신은 멜로니가 머스크에게 ‘올해 수상자가 누구인지 설명하는 짧은 연설을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으며, 머스크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멜로니보다 먼저 연단에 오른 머스크는 “겉으로 보기보다 내면이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람”, “진정성 있고 정직하며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등 멜로니를 극찬했다. 이에 멜로니는 “머스크는 귀중한 천재”라고 화답했다.
시상식 이후 이어진 만찬에서 멜로니와 머스크는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이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사진이 찍혀 대중에 공개됐다. 머스크가 멜로니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영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널리 퍼졌다. 이를 본 세계 각국 누리꾼들은 ‘둘이 연인 같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런 의견이 모여 일종의 염문설로 확산했다. 과거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극우 정당의 행사에 머스크가 참석했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물론 둘 다 “로맨틱한 사이는 전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미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난 10월 하순 독일 언론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경우 트럼프와 가장 잘 통할 유럽 지도자가 누구일지 분석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멜로니는 유력한 후보군에 포함됐다. 이민자 및 성소수자에 대한 멜로니의 태도가 트럼프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 또 그가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머스크와 절친하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선거 과정에서 머스크는 트럼프 캠프에 천문학적 액수의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그래서일까, 트럼프는 당선이 확정된 뒤 신설 예정인 ‘정부효율부’라는 정부 기관의 수장으로 머스크를 내정했다. 장차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상대함에 있어 멜로니의 입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멜로니와 트럼프, 그리고 머스크가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다. 2019년 화재로 훼손됐다가 5년 7개월 넘는 공사 끝에 복구를 마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 참석이 계기가 됐다. 세계 각국에서 온 정상급 인사 등 축하 사절단 일행을 위한 엘리제궁 환영 행사 후 멜로니는 SNS에 트럼프, 머스크와 함께한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오늘 저녁 엘리제궁에서 트럼프, 머스크와 좋은 대화의 기회를 가졌다”고 적었다. 머스크와의 친분을 십분 활용해 트럼프에 접근하고 그 호감을 사는 데 일단 성공한 모습이다. 앞서 언론이 예측한 대로 멜로니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가장 잘 통하는 유럽 지도자로 자리매김 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