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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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탄핵 표결, 매주 추진… 불참 땐 국민 ‘정치적 사망’ 말할 것” [비상계엄 후폭풍]

野, 재추진 전략

11일 임시회서 탄핵안 발의 전망
표결 불참 與의원 부정 여론 거세
김재원 “욕설 문자 수천건” 글 올려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수습책 놓고
野 “韓, 대통령 놀이에 불과” 일축
韓특검법 카드 등 다각도로 검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소위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12·3 비상 계엄사태 수습책으로 내놨지만 야당은 이를 한 대표의 ‘대통령 놀이’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합헌·합법적 대안은 대통령 탄핵뿐이란 입장이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탄핵안 표결에 당론으로 불참, 이탈표 발생을 원천 차단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3명(안철수·김예지·김상욱)이 이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을 무산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만큼 탄핵안 가결을 위해 개개 의원에 대한 ‘설득’보다는 ‘압박’에 공을 기울이겠단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이를 위해 한동훈 특검법 처리도 카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직무정지시킬 것”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가운데)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포기하지 않고 이번 크리스마스 이전에 내란수괴를 직무정지시키고 주술정권을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문 기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거나 아니면 즉각 탄핵돼야 한다. 이 위기와 혼란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14일 민주당은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윤석열을 탄핵하겠다”고 강조했다. 14일 또 한 번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발의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탄핵을 위해) 주중에 노력하고 토요일마다 표결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반복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매주 절차를 밟아서 따박따박 탄핵과 특검을 동시 처리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야당은 10일 국회 정기회가 종료되면 11일 임시회를 소집해 탄핵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국민의힘에서 찬성표가 최소 8표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 안철수·김예지 의원이 전날 찬성표를 행사했고, 김상욱 의원은 추후 표결에서 조건부로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단 입장이다. 14일 탄핵안 표결 때까지 민주당 입장에서는 5∼6명 이상의 국민의힘 이탈표를 확보해야 하는 사정인데, 전날처럼 국민의힘이 단체로 표결 불참을 택할 경우 개개 의원 대상으로 한 설득만으로는 가결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민주당 고민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대국민 공동 담화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전날 “우리가 여러 통로를 통해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국면에 대한 국민들에 대한 인식, 국민적 요구에 대한 (국민의힘 측) 인식이 조정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라며 “개인적 능력으로 우리가 설득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일단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에 대한 부정 여론은 거센 터다. 의원들은 ‘문자 폭탄’으로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다. 업무에 필요한 연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대구·경북(TK) 출신의 한 3선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연락처가 저장되지 않은 사람의 전화·문자를 차단하는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 김재원은 국민의힘 최고위원이지만 국회의원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탄핵소추 안건 투표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제부터 현재까지 수천 건의 욕설과 폭언 전화, 문자 메시지가 오고 있다. 제발 저는 빼주세요”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께서 국민의 무서움, 역사의 무서움을 깨우쳐 가는 과정”이라며 “개별 협상에 노력하겠지만 거기에 더해 국민들께서 해당 지역 의원들에게 (탄핵안 표결에 불참하면) 정치적 사망이라는 사실을 곧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민주당 내에서는 탄핵안 가결을 위해 한동훈 특검법 추진도 검토해야 한단 목소리도 있다. 한동훈 특검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현 국면에서 ‘원외 당대표’인 한 대표의 리더십을 즉각 흔들 수 있단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탄핵안 표결 때까지) 국민의힘의 대오를 깨뜨리기 위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계엄·탄핵안 표결 불성립을 거치면서 여권 내 리더십이 한 대표에게 완전히 넘어간 상황이지만 당내에는 여전히 친윤(친윤)계가 다수라 양측 간 긴장이 상존하고 있단 게 일반적 평가다. 전날 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한동훈 특검법이 거론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우리당 내부에 갑론을박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정무적 고려가 필요하단 입장도 있는데 아직까진 최종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여기엔 수사대상으로 고발사주 의혹, 자녀 논문대필 의혹, 피의사실 공표 의혹,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댓글팀’ 가동 의혹 등이 적시돼 있다.

 

한동훈 특검법이 아니더라도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안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이나 내란 관련 일반 특검법 등을 최대한 많이 본회의에 넘긴단 계획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 탄핵 표결만 하면 국민의힘이 (회의장에) 안 나타날 수 있으니 일반 특검 입법도 최대한 많이 통과시켜서 대통령이 거부하면 재의결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