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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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정보사 예하 북파공작원, 주요 인사 체포조로 투입” [비상계엄 후폭풍]

속속 드러나는 ‘12·3 그날’

최정예 특수부대 투입 정황
박선원 “정보사 요원 7명 체포TF로
적진 침투, 요인 납치·암살 HID 부대”

軍 곳곳서 반발 증언
방첩사 소령, 선관위 진입 지시 반발
일부 대원들 인근서 배회, 출동 거부도

707단장 “부대원들은 피해자”
당일 국회 창문 깨고 진입한 707단장
“헬기 1대당 8명 분량 실탄 통합 보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서울과 인접해 있어 신속하게 출동이 가능하며, 체포와 정보 수집 등 계엄과 관련된 임무에 익숙한 부대들이 주로 움직였다. 12·12 군사반란에서 신군부가 동원한 병력보다는 훨씬 적지만, 훈련도가 높은 부대를 선발했다는 점에서 사전 계획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경기 과천시 국군방첩사령부 정문에 정적이 감돌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방첩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과천=뉴시스

◆특전사·방첩사·정보사로 계엄 시도

 

비상계엄 당시 해외군사정보 수집과 대북 공작 등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병력도 계엄군으로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9일 정보사 병력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기 과천시 소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돼 전산실 서버를 촬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그런 정황이 있다.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선관위가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전산실 서버를 촬영한 인원은 북파공작원(HID) 부대 정보사 대령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국군방첩사령부 외에 정보사 인원도 계엄 실행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도 이날 “정보사 소속 정보요원 7명이 경기도 남부의 모처에 있는 정보부대에 급히 파견돼 정치인 등을 체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위치정보 파악 임무를 수행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보사 예하에 있는 특수정보부대로 북한 등 적국에 들어가서 요인을 납치하고 암살하는 전문 특수부대”라고 설명했다.

방첩사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과 요원을 파견했다. 방첩사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의 체포를 시도했다는 의혹, 비상계엄 사전 모의 의혹, 포고령 작성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방첩사가 (비상계엄을) 사전기획하고 준비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방첩사는 당시 100명의 요원을 동원했지만, 곳곳에서 반발과 저항에 부딪히면서 구타와 폭언까지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군 소식통과 민주당 이기헌 의원에 따르면, 방첩사 최모 소령은 선관위 진입 임무에 “어이없다”고 반응했고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최 소령을 구타한 뒤 강제로 버스에 태워 선관위로 출동해 서버 확보를 지시했다. 여 전 사령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 수사단장은 임무에 적극적이지 않은 부대원에게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일부 부대원들은 수사단장의 선관위 투입 지시를 불법적 지시라 판단,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등 시간을 끌었고, 한 간부는 출동 도중 의왕휴게소에서 차를 돌렸다. 특전사도 국회 본청에 707특임단을 투입했다. 이외에도 국회의사당 시설 확보 및 인원 통제, 중앙선관위 시설 확보 후 외곽 경계, 뉴스공장 운영 ‘여론조사 꽃’ 시설 확보 및 경계 임무를 맡았다.

 

김 전 장관은 담화 발표 20~30분 전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군 고위간부 7명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해 “장관실로 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앞서 지난달 28일 북한의 쓰레기 풍선 원점 타격을 김 전 장관이 지시했지만, 김 의장이 국지전 발생 가능성을 거론하며 거부한 것을 두고 “개념 없는 놈”, “쟤 빼” 등 폭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의장은 원점타격 지시가 없었고, 폭언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707단장 “부대원들은 김용현에게 이용당한 피해자”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 김현태(대령) 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707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며 모든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군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계엄 당시 상황도 증언했다. 그는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 봉쇄 지시를 받았으나 국회 구조를 몰라서 티맵을 켜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헬기 1대에 탑승하는 8명의 실탄을 통합 보관했으며 분량은 개인별로 5.56㎜ 10발, 9㎜ 10발이었다고 전했다. 별도로 나무 상자에 공포탄과 연습용 수류탄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병력의 국회 도착이 지연된 상황에 대해선 “계엄 선포 전 비상소집 훈련을 걸어 병력이 영내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10시께 퇴근을 지시했으나 잠시 후 계엄이 떨어졌다”며 “특전사 특수작전항공단장도 오후 10시에 (조종사들에게) 퇴근을 지시한 것 같고, 퇴근한 조종사를 불러서 오다 보니 제일 빠른 헬기가 11시20분 넘어서 (우리 부대에) 왔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1번기를 탔고 이동에 30분이 걸려서 11시50분쯤 (국회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