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책임론을 놓고 거친 설전이 오가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정조준하고 나선 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연일 두 사람을 비난하면서 즉각 대통령과 한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신의 위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공동 책임’이라는 지적이 많은 데 집권당 소속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내부 비난에 열을 올리는 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9일 윤 대통령을 향해 “질서 있는 하야 대책을 내놓고 나라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방안은 당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내놓으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한 달 전 내가 공개 경고 했을 때 긴박성을 알아듣고 야당과 의논하여 시국 수습책을 내놓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참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이 임기 문제를 포함한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당 대표도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벗어나지 못할 텐데 그에게 사태 수습을 맡기는 건 정치를 희화화하는 코미디”라며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검찰, 경찰, 공수처가 먹이를 놓고 하이에나같이 달려드는 것은 참 꼴불견”이라고도 지적했다.
홍 시장은 전날에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대한민국 국민은 너에게 국정을 맡긴 일이 없다”며 “대통령과의 반목으로 탄핵사태까지 왔으면 당 대표도 그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런 사태가 오게 된 건 초보 대통령과 초보 당 대표 둘이서 반목하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 아니냐?”며 “니(한 대표)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번 비상 계엄 사태로 여당 내 대권주자들의 독자 행보 및 내부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위법한 계엄을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나섰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탄핵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자진 사퇴 등 입장 발표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국회 탄핵 결의안 투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