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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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퇴진 해법 못 찾는 與 ‘공황상태’

韓·韓 대행 논란… 돌파구 난망

국방부 “군 통수권 아직 尹에게”
韓, 관련답변 대신 “의견 경청중”
정국 안정 TF 꾸려 로드맵 논의

임기단축 개헌 등 당내 의견 분분
재선 10명, 민주에 여야회담 제안
원내대표 선거도 계파 갈등 예고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공언하며 탄핵소추안을 막아 세운 국민의힘이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윤 대통령을 직무 배제하겠다며 띄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한덕수 국무총리 대행 체제’가 위헌·위법 논란에 휩싸이고, 윤 대통령 퇴진 시점과 방식을 두고는 이견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 수습은 둘째치고 당내를 폭넓게 아우르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상황이다.

9일 국회 본청으로 출근한 한 대표는 ‘현 국정 운영 방식은 위헌적이지 않나’, ‘군 통수권은 누구에게 있나’, ‘윤 대통령 퇴진 시점은 언제로 생각하나’와 같은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 대표가 이날 공개적으로 내놓은 입장은 “의원총회 내내 지금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의원의 구체적인 의견을 잘 들었다. 제가 (의총에서) 따로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뿐이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도 “신중하게 여러 의견을 들어보겠다”고만 했다고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제·외교·국방 등 현안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한 총리와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과 정반대 모습이었다. 위헌적인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을 직무 배제하겠다며 선언한 ‘한·한 체제’ 역시 위헌 논란에 휩싸이자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날 군 통수권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하야하지않거나 탄핵소추를 당하지 않는 등 직위에 헌법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제3자가 대통령 고유권을 행사할 경우 위헌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한 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 조기 퇴진 및 국정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당내 태스크포스(TF)를 동시다발적으로 띄워 검토에 들어갔다. 3선 이양수 의원이 단장을 맡은 정국 안정 TF에선 의총 논의를 기반으로 윤 대통령 퇴진 시점과 방식에 관한 안을 마련해 지도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국정 지원 TF와 법령 검토·지원 TF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2차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오는 14일 전까지 윤 대통령 조기 퇴진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목표지만, 당내 의견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는 터라 분열을 피할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한 대표의 입장은 ‘(탄핵보다는) 하야가 맞다’, ‘탄핵에 준하는 속도로 하야 프로그램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들은 내후년 6월 지방선거에서 4년 중임제 방식 임기 단축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고, 그 이후에 윤 대통령이 퇴진하는 시나리오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날 유상범 의원 등 재선 의원 10명도 입장문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등을 논의하자며 민주당에 여야 회담을 제안했다.

친윤 추경호 원내대표 사의 표명에 따라 오는 14일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선거도 계파 갈등의 불씨로 꼽힌다. 권성동·나경원·윤상현(5선), 김도읍(4선), 김성원·성일종·송석준(3선) 의원 등이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는 분열상을 피하기 위해 계파색이 옅은 인사를 표결 없이 합의 추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병관·유지혜·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