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핵심 현안 사업이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이들 현안이 ‘뒷전에 밀리는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시는 대구시정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TK신공항 특별법은 국민의힘 주호영 국회의원이 ‘TK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연내 국회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시는 사업 방식 변경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 담긴 개정안도 추가 발의할 계획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앞서 대구시가 이달 3일 시의회에 제출한 ‘대구시와 경북도 통합에 대한 의견 제시의 건(동의안)’이 심의·의결됨에 따라 12일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시는 향후 경북도의회의 상황을 기다려야 하지만 사실상 대구시 차원에서의 행정적인 준비는 모두 끝난 셈이다.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하는 대구시와 경북도는 양쪽 광역의회 동의를 받은 뒤 특별법 제정 등 후속 절차 추진에 나설 예정이다.
◆신공항 기금 13조 융자 지원이 핵심
사업 규모가 가장 큰 TK신공항 건설 사업은 순항 중이다. 지난해 4월 특별법 제정으로 국비 지원 근거를 마련함에 따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했다. 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업비 조달 등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도 지난달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주호영 의원이 6월13일 개정안을 발의한 지 5개월 만이다.
이 법안은 △민간공항 건설 위탁·대행 및 토지 조기 보상 △이주자 공공임대주택·주택도시기금 지원 △지방채 한도 범위 초과 발행 등의 조항을 담았다. 지방채 한도액 초과 발행의 경우 대구시가 신공항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융자 지원받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공자기금은 여유 있는 기금으로부터 재원을 빌리고 재원이 부족한 기금에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국채의 발행과 상환까지 맡은 자금 조달 창구다.
신공항 건설 사업비 전액을 공자기금으로 추진하면 총사업비 규모가 17조원에 이른다. 이 중 공자기금에서 융자할 돈은 13조원이다. 공자기금을 통해 지방채 발행 시 5년 거치 10년 상환조건이 가능하다. 총사업비의 금융이자비용 3조1000억원도 낮출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현재 공자기금 활용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실무진 차원에서 조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자기금 지원은 법령 개정 필요 없이 정부 정책 결정 사안에 해당한다. 황순조 시 기획조정실장은 “시가 공자기금을 빌려 시행하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방식의 금융이자 14조5000억원보다 훨씬 낮아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은 공자기금 확보 방안을 법 개정안에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2차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공적자금을 조달해 시가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하면 특혜 시비도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시는 신공항 화물터미널 문제와 관련해선 이달까지 의성군과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토부와 협의해 당초 합의문 원안대로 추진하고 내년 1월 초 민간 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할 계획이다. 기존 합의문 원안대로 추진하면 지금처럼 군위·의성 복수 화물터미널 체제가 아닌 군위 단독 터미널 방식으로 건설된다.
◆대구발 ‘국가균형발전 신호탄’ 급물살
속도가 붙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 지방행정 체제 변혁의 ‘신호탄’이란 점에서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면적은 서울의 33배, 경기도의 2배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땅이 넓은 지자체가 된다. 인구 또한 500만명을 상회해 명실상부한 ‘한반도 제2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대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행정통합 20년 뒤 지역내총생산(GRDP)은 현재보다 8.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는 현재 269만개에서 773만개로 2.8배, 사업체 수는 61만개에서 236만개로 3.8배 늘어날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연구원 측은 “서울이 현 추세대로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2045년 대구·경북특별시 위상은 서울 대비 인구는 1.4배, 일자리는 1.5배, 사업체 수는 1.4배 수준, GRDP는 1.3배 수준까지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10월21일 경북도와 행정안전부·지방시대위원회 등과 행정통합 합의문을 발표한 후 주민 의견 수렴에 매진했다. 시는 지난달 9개 구·군과 사회 여러 분야 기관·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가졌다.
경제성장과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행정통합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열망도 재차 확인했다는 게 대구시 전언이다. 시가 지난달 27~29일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1000명씩 모두 2000명을 대상으로 통합 찬반 여론조사를 한 결과 대구시민의 68.5%, 경북도민의 62.8%가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탄핵 정국에도 시정 흔들림 없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대구시의 각종 현안에 ‘노란불’이 들어왔다. 시는 핵심 현안 수행 동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시는 경북도와의 행정통합 관련해 집행부가 의회 동의안 승인 절차를 밟고 통합법안을 마련해 제출하면 국회로 공이 넘어가는 만큼 예정된 절차대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TK신공항 건설 사업은 공자기금 융자 지원 문제가 정책결정 사항이라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할 경우 정책결정 주체 부분에 있어서 다소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장수 시 경제부시장은 “주요 현안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더라도 시는 우리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서 최대한 흔들림 없이 대구시정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245개 행정특례 목표 양질의 일자리 늘릴 것”
“지역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터전을 가꿔야 합니다.”
홍준표(사진) 대구시장은 국토 균형발전의 시작이 될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과 경북도와의 행정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홍 시장은 11일 “신공항이 건설되고 행정통합으로 인해 총 245개에 이르는 행정특례가 적용되면 첨단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자연스럽게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 민선 9기 대구·경북특별시장은 앞으로 조성할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정주 여건을 마련하고, 젊은 인구가 지역에 정착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홍 시장은 올 연말까지 일단락할 주요 시정 목표인 TK신공항의 경우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확보 방안을 법 개정안에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2차 개정안 발의’에 총력을 쏟고 있다.
홍 시장은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관련 정책이 바뀔 수 있어 누가 집권하더라도 안정적인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취지”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20년에 걸쳐 정부예산을 찔끔 받는 전북의 새만금 사업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시장은 양 시?도 행정통합을 위해선 대구와 경북이 한목소리로 정부를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행안부에서는 적극적으로 행정통합 법률안을 수용하려고 하지만 정부의 일부 다른 부처에선 수용 불가 입장을 계속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정부를 설득하고 행정통합 권한 이양을 받아 스스로의 힘으로 새 터전을 가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경북 북부 지역에서 나오는 행정통합 반대 여론을 언급하며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선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재차 밝혔다. 홍 시장은 “행정통합이 지연될 경우 아마 대구는 소멸되지 않을 거다. 그러나 경북 지역의 상당수 군들은 20~30년 후에는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경북도는 경북대로 노력하고, 대구시는 대구대로 노력해서 통합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