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하기 힘든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를 나락에 빠트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국민 분노가 비등한 가운데 종교계에서도 하야와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는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 이후에 대다수 국민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하야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순식간에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혼란과 불안으로 몰고 갔다”며 “백여 년 역사를 통해 지키고 쌓아온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선언으로 한순간에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알고 있다”면서도 “어쩌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낭비되는 법률적 정당성의 길보다 더욱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지막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더 이상의 혼란을 방지하고 조속한 국가 안정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유일한 헌정질서 회복의 길인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무산된 것에 대해 국민들은 다시 한번 절망하고 있으며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여전히 헌정절차에 의한 즉각 탄핵 뿐임을 명확히 밝힌다”며 “국회가 조속히 탄핵 절차를 밟아 헌정질서를 회복하기를 기도하며 행동하겠다”고 했다.
최근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시행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회인식 비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윤석열)정부에 대해 느끼는 개신교인의 감정’(10점 만점) 중 ‘분노’가 6.5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불안(6.4점), 비관(6.1점), 슬픔(5.9점), 만족(2.8점) 희망(2.7점) 순이었다.
비개신교인도 ‘분노’가 6.8점으로 가장 높았다. 불안(6.7점) 비관(6.6점), 슬픔(6.0점), 만족(2.2점). 희망(2.1점)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3일부터 22일까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개신교인 1058명과 비개신교인 109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0%포인트다.
연령별로는 40대(개신교인 7.3점, 비개신교인 7.6점), 50대(개신교인 7.0점, 비개신교인 7.5점)에서 분노가 가장 컸다. 70세 이상(개신교인 5.7점, 비개신교인 5.5점)의 분노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지만 이조차도 중간 이상이었다.
국정 운영을 9개 분야로 나눠 평가한 결과도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경제(조세, 재정, 물가), 부동산, 노동, 사회적 재난 대처, 장관 및 공공기관장 인사, 연금, 검찰·법 집행, 복지, 대외관계에 대해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모두에서 부정적 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기사연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지난 주 발생한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시도와 국회 결의에 따른 계엄 해제 과정에서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분노는 이번 사태 직전에도 이미 중요한 국민감정 중 하나였음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한 내란죄 탄핵과 처벌 목소리가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