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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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외로움 잘 알죠”…김장나눔에 팔 걷은 ‘할매 래퍼들’

직접 키운 배추로 김치 담가
홀몸노인 50가구에 전달
“세상에서 가장 값진 김치”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직접 담근 김치를 다른 홀몸노인 가구에 전달해 지역사회에 훈풍을 불어 넣고 있다.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평균 연령 84세의 8인조 할매래퍼그룹 ‘텃밭왕언니’다.

 

텃밭왕언니는 지난 9일 왜관읍 홀몸노인 50가구를 찾아 직접 쓴 편지와 김장 김치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우리도 홀몸노인이라 외로움 잘 안다”며 “어떻게든 힘을 내자”고 썼다.

지난 9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칠곡할매래퍼그룹 텃밭왕언니가 홀몸노인에게 전달할 김치를 담그고 있다. 칠곡군 제공

이보다 앞서 텃밭왕언니는 군이 왜관읍도시재생사업으로 마련한 208㎡ 규모의 텃밭을 무상으로 분양받아 배추와 무 등의 농산물을 재배했다. 이들은 텃밭에 모여 랩을 연습하는 것은 물론 밭에 씨를 뿌리고 잡초를 제거했다.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물을 주고 애지중지 농산물을 키워나갔다. 태풍이 북상하거나 집중 호우가 예보되면 농작물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텃밭왕언니는 수확의 기쁨을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는 홀몸노인들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이들의 뜻이 외부에 알려지자 왜관읍바르게살기운동 회원과 공직자도 팔을 걷고 나섰다. 이들은 할머니들과 함께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김치를 담갔다. 할머니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담긴 김장 김치를 전달받은 홀몸노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김치”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텃밭왕언니 멤버인 이인영(77) 씨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자식은 떨어져 지내다 보니 혼자 사는 외로움이 너무 크다”면서 “홀몸노인들이 김치로 건강을 챙기고 우리처럼 세상 밖으로 나와 즐거운 여가를 보내며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욱 군수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이 오히려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면서 “앞으로도 노인의 무료함과 외로움을 달래고 세상과 소통을 펼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칠곡=배소영 기자 soso@segye.com